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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맨손 액션의 시원함이냐, 삶을 둘러싼 미스터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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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기 극장가 색다른 영화 2선 / 엽문4 : 더 파이널 / 홍콩 무술 영화의 명맥 이은 대표작 / 1960년대 美 배경 동·서양 갈등 그려 / 영춘권 vs 태극권·가라테 대결 압권 / 신과 나 : 100일간의 거래 / 공포 영화 ‘셔터’ ‘샴’ 감독이 메가폰 / 소년의 몸 빌려 제2의 인생 사는 남성 / 100일 안에 죽음 둘러싼 비밀 풀어야

세계일보

한때 홍콩 무술 영화가 영화계를 풍미하던 시절이 있었다. ‘엽문’은 지금까지 그 명맥을 이어 온 유일한 시리즈물이다. 홍콩이 영화 시장의 지는 해라면 태국은 뜨는 해다. ‘신과 나: 100일간의 거래’는 태국영화의 현 수준을 가늠하게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수기 극장가에 색다른 두 영화가 잇따라 찾아오는 건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1일 개봉하는 ‘엽문4: 더 파이널’은 11년간 이어진 ‘엽문’ 시리즈의 끝을 맺는다. 이소룡의 스승인 전설의 영춘권 고수 엽문(1893∼1972), 배우 견자단의 무술 연기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작품이다.

4년 만에 엽문 역으로 돌아온 그는 여전히 녹슬지 않은 액션 실력을 과시한다. “부당한 일에는 맞서 싸워야 해.” 흔들리지 않는 표정에 절제된 동작으로 바람을 가르며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은 최근 현란한 액션의 히어로물과는 또 다른 묘미가 있다. 영춘권과 태극권, 영춘권과 가라테의 대결 장면도 압권이다. 또 이소룡(진국곤)이 시리즈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액션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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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영화 ‘엽문4: 더 파이널’에서 영춘권 고수 엽문(견자단·왼쪽)과 태극권 고수 만종화(오월)가 한판 승부를 겨루는 모습. 키다리이엔티 제공


영화는 한 시대의 종말을 고하듯 신구 문화 충돌의 연속이다. 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부모와 자녀 세대, 중국 이민자와 현지인, 동양과 서양의 갈등을 그린다. 미국 사회의 인종 차별과 외국인 혐오에 대한 묘사는 현실을 반영하지만 다소 작위적이다. 이 때문에 ‘국뽕’(과도한 자국 찬양) 영화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영화 곳곳에 중화민족주의, 홍콩 무술 영화의 쇠락을 부른 ‘하나의 중국’ 원칙이 배어 있다.

8일 개봉하는 ‘신과 나: 100일간의 거래’는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색감의 영화다. 미스터리 판타지 스릴러란 장르답게 시작부터 강렬하다. 초점을 잃은 채 이리저리 흔들리는 카메라워크는 주인공이 겪는 혼돈 속으로 관객들을 몰고 간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고등학생 민이 하루 만에 살아나면서 신과의 은밀한 거래가 시작된다. 민의 몸을 빌려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의문의 남성은 100일 안에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풀어야 계속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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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영화 ‘신과 나: 100일간의 거래’에서 주인공 민(티라돈 수파펀핀요·왼쪽)이 여자 친구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우리는 가시 돋친 말로 상처를 주고받는다. 그러다 오해와 불신이 켜켜이 쌓여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 원인 제공자는 결국 나 자신이다. 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그 과정을 잘 담아낸다. 중간에 전개가 느슨해지지만 예측 가능한 결말을 결코 뻔하지 않게 풀어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인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스크린을 꽉 채우는 태국 신예 배우들의 모습은 풋풋하다. 일본 소설 ‘컬러풀’이 원작이며, 공포 영화 ‘셔터’와 ‘샴’의 팍품 웡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 외에도 4월 극장가에선 다양한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영화수입배급사협회(KBDF)가 미개봉 신작전으로 선보이는 영국 영화 ‘행복의 단추를 채우는 완벽한 방법’과 기독교 영화 ‘기도의 힘’, ‘영원한 해리포터’ 대니얼 래드클리프 주연의 ‘건즈 아킴보’ 등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트롤’의 속편 ‘트롤: 월드 투어’도 29일 개봉한다.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극장 개봉과 동시에 VOD로 서비스된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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