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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1 (화)

"침체 눈앞 세계경제, V자 아닌 '나이키 로고 모양'으로 회복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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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코로나(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가 경기 침체(Recession·리세션) 진입을 눈 앞에 둔 가운데,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V자 반등’에 대한 확신이 줄고 있다. 대신 ‘나이키’ 로고 형태로 반등할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어 가는 모양새다.

‘V자 반등’은 짧게 침체했다가 금방 회복하는 사례를 말한다. 나이키 로고 형태는 승리의 여신 니케의 날개를 형상화한 나이키 상징 ‘스우시(Swoosh)’ 마크처럼 경제 성장률 곡선이 오래도록 완만하게 오르는 형태를 일컫는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경제전문매체 블룸버그는‘바이러스 발병 속도가 느려지고, 확진자 곡선이 정점을 지나면 경기가 다시 강하게 반등할 것’이라는 이전 V자 반등 시나리오 대한 전제가 무너지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이코노미스트 사이에서는 세계 경제가 우한 코로나로 인해 단기적인 충격을 강하게 받겠지만, 짧은 침체를 겪은 후 곧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시적인 경제 성장률 하락세는 피하지 못하겠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큰 폭으로 경기가 회복하기 시작해 연말이면 이전과 거의 비슷한 모습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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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코로나 확산으로 3월부터 임시 폐점한 미국 뉴저지의 나이키 매장.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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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미국과 유럽권 이코노미스트들은 3월 초만 하더라도 바이러스 같은 경제 위기를 금융 위기보다 국지적인 ‘중국과 아시아 지역 이슈’로 치부했다. 2008년 발생했던 글로벌 금융 위기 때와 달리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 위기로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이 마비되거나, 이름 난 기업이 순식간에 문을 닫는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한 코로나는 시간이 흐를수록 세계 경제 전반에 걸쳐 점차 격렬하고 역동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2월만 하더라도 중국 우한 지역에 한해 경제 활동을 마비시켰던 바이러스는 점차 중국 내 다른 지역과 외부에서의 공급과 수요 모두에 영향을 끼쳤다. 미국과 유럽에 우한 코로나가 급속도로 퍼지고, 이로 인한 광범위한 연쇄 반응이 뚜렷하게 실물 경제에 나타나자 우려는 더 커졌다.

그나마 지난달 말부터 중국 내 확산 속도가 더뎌지면서 공급 측면에서 숨통이 트였지만, 이제는 글로벌 공급망이 완전히 ‘올스톱’ 됐다.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 이어질 경우 V자 반등은 점차 U, W, L 패턴 같은 우울한 전망으로 바뀔 수 있다.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2분기에 최대 연 25% 축소한 뒤 3분기 15% 반등하고, 기본적으로 남아 있는 충격 때문에 4분기에는 정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예측을 그래프에 옮기면 V자나 U자가 아니라, 4분기 이후 꼬리가 길게 뻗는 나이키 로고 형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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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 도심을 관통하는 110번 고속도로가 우한 코로나로 인한 강제 봉쇄 명령으로 텅 비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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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코로나 치료제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확진자 수는 계속 불어나는데, 이 추이가 경제 전문가들과 의료계 예상 범위를 넘어서 있는 점은 경기 예측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아무도 모른다’ 같은 지독한 불확실성(terrible uncertainty)은 투자자와 기업, 소비자 같은 경제 주체가 가장 꺼려하는 요소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학교 교수는 "우리는 오는 2분기 말까지 코로나19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며 "만일 바이러스가 여름이 끝날 때까지 지속된다면 모든 예상은 더 안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에서 우한 코로나가 서서히 소강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했지만, 소비 심리는 V자 형태로 튀어오르지 않고 있다"며 "중국 당국이 외부에서 쇼핑해도 안전하다고 말을 해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이런 사례가 다른 나라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캐서린 만 씨티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이 ‘다시 일하는 상태’로 돌아갈 수는 있어도, ‘다시 노는 상태’로 돌아가려면 그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며 "서비스업 의존도가 높은 선진국은 올해 하반기 경제 성장률 그래프가 우려스러운 이유"라고 평가했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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