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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IT기기 지원 한다는데… ‘디지털격차’가 ‘학력격차’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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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남은 온라인 개학 / 교육부, 3만6000대 추가 확보 / 필요물량 수치 확인 아직 못해 / 초등 저학년은 기기 활용 미숙 / 보호자 없으면 학습효과 떨어져 / 교사 얼굴 드러난 영상 유출 땐 / 디지털 범죄에 악용 우려도 커

세계일보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구청인터넷수능방송국에서 한 강사가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 강의를 녹화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개학이 늦어짐에 따라 이 방송은 회원 가입 없이 다음달 12일까지 누구나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이제원 기자


교육당국이 오는 9일 고3·중3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원격수업이 장기화할 경우 계층에 따른 ‘교육 격차’가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대한 IT(정보기술) 기기 지원을 부랴부랴 확대하고 있지만, 단기간 물적 지원만으로는 해소할 수 없는 가구 간 ‘디지털 격차’가 엄연한 만큼 역부족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 열린 ‘원격교육 기반 구축 협력을 위한 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면담’ 자리에서 “스마트 기기 보급과 인터넷 통신, 모바일데이터 활용에 있어서 지역별, 학교별로 격차와 차별이 없도록 정부가 대책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지난주부터 학생들의 스마트기기 확보 현황을 전수조사하고 있고, 만약 학생들이 온라인 학습에 쓸 기기가 없을 경우 즉각 기기를 대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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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전국 초중고 순차적 온라인 개학을 발표한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노트북PC 매장에서 직원들이 사양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디지털 격차’가 ‘교육 격차’로

유 부총리는 이날 과기정통부 협조를 통해 IT기기 3만6000대를 추가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3만대, LG전자가 기기 6000대를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기존 학교와 시·도교육청이 보유 중인 기기가 약 23만대, 교육부 추가 보급분이 5만대로 이날 민간업체 지원분을 더해 총 31만6000대가 확보됐다. 교육부는 이렇게 확보한 물량으로 기기가 필요한 학생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실제 필요 물량 수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전수조사 결과가 아직 다 들어오지 않았다”며 “오늘 안에 완료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교육부 측은 당일 집계 완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기기 외에도 온라인 개학으로 인한 학생 가구의 통신료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통신3사와 협의해 EBS 등 주요 교육 사이트를 데이터 이용량 소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오는 9일부터 학생, 학부모, 교사 누구나 통신료 부담 없이 EBS 사이트를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달 16일부터 디지털교과서, e학습터 등 사이트 접속 시에도 데이터 소진 없이 콘텐츠 이용이 가능하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이렇게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소득·학력 차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디지털 격차를 완전히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학생이 디지털 기기 활용에 익숙지 않을 경우는 물론이고, 초등학교 저학년 원격교육의 경우 보호자 조력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부모가 충분한 도움을 주지 못할 경우 온라인 개학 이후 학습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디지털 격차는 짧은 기간 이뤄지는 기기나 데이터 지원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실제 과기정통부가 최근 공개한 ‘2019 인터넷 이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소득·학력 수준이 높을수록 인터넷 이용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월평균 가구소득이 400만원 이상인 경우 인터넷 이용률이 96.5%로 가장 높게 나타난 반면 100만원 미만은 45.1%로 가장 낮았다. 학력별로도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경우 인터넷 이용률 99.7%로 가장 높았고 초졸 이하는 72.4%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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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원격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과 함께 온라인 개학을 위해 원격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사 대상 디지털범죄 우려도

교사들 사이에서는 온라인 개학으로 인한 정보 유출, 디지털 범죄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관계자는 “원격수업을 하면 교사가 얼굴을 드러낸 영상이 온라인상에 올라가게 되는데, 그런 자료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범죄에 활용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여교사 분들 사이에 있다”고 말했다. 최근 ‘n번방(성착취 영상 공유방) 사건’ 관련 공범이 공익근무요원 신분으로 과거 고교 담임교사의 개인정보를 빼내 협박을 한 사건이 피해자의 청와대 국민 청원을 통해 알려지면서 교사들 사이에 디지털범죄에 대한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교원단체는 이런 문제점을 교육부에 전달했지만 별다른 대책은 현재까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학교에서 참고할 원격교육 안내자료’를 통해 ‘교사의 얼굴이 드러나는 동영상 강의 및 토론의 경우 이를 캡처 및 편집해 다른 사이트에 공유하지 않도록 학생 교육을 철저히 한다’고만 알렸을 뿐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시스템적으로 정보유출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교육부가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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