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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판사가 검사에 거짓말"…이 말에 양승태 '大자'수첩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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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재판서 드러난 수사 비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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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사찰과 재판개입 등 양승태 사법부 시절 여러 의혹에 연루된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2018년 8월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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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법관 생활을 하셨는데 대한민국 검사에게 거짓말을 하셨네요"

지난해 1월 양승태(72) 전 대법원장 구속의 핵심적 역할을 했던 이규진(58)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大(대)'자(양 전 대법원장 지시사항)가 적힌 업무수첩이 이 같은 검사의 추궁에 제출된 사실이 공개됐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에서 열린 양 전 대법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상임위원은 양승태 대법원 수사의 '스모킹건'이자 '사료'라 불리는 자신의 업무수첩과 USB를 검찰에 제출하게 된 경위를 작심한 듯 자세하게 털어놨다. '이규진 업무수첩'의 수사 비화가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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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월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심사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4일 구속됐고 지난해 7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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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진을 놀라게 한 검사의 발언



이 전 상임위원은 이날 재판에서 "2018년 8월 압수수색을 받을 당시 검사에게 부친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업무수첩과 USB를 모두 버렸다고 사실과 다르게 진술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검찰의 컴퓨터 포렌식 과정에서 이 전 상임위원이 버렸다던 USB의 접속 흔적이 나왔다고 한다.

이 전 상임위원은 "수색을 하던 검사가 (저에게) '30년 법관 생활을 하셨는데 대한민국 검사에게 거짓말을 하셨네요'라고 말해 충격을 받았다. 이것이 (업무일지와 USB를 제출한) 가장 큰 이유였다"고 말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사실은 사실대로 말하고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지는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그렇게 입수한 이 전 상임위원의 업무수첩은 양 전 대법원장 수사에 요긴하게 사용됐다. 검찰은 "이 전 상임위원의 업무일지에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사항이 '大(대)'자와 함께 적혀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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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한 이수진 전 부장판사(오른쪽)와 관련한 증언이 양승태 대법원에서 계속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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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법 회장출신 이규진의 와해시도



법원 내 진보성향의 판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이지만, 그 연구회를 와해시키려한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상임위원은 이날 인권법연구회에 관한 다양한 증언을 쏟아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자신이 양승태 대법원과 인권법 소속 판사들 사이에 중재자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이 전 상임위원이 양승태 대법원 시절 판사 인사를 담당하던 김연학(47) 전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에게 인권법연구회 회원 명단을 전달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김 전 심의관에게 이 명단을 보내며 '대외비'라 강조했다.

검사가 "인사총괄실에서 인권법 대응문건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보냈냐"고 묻자 이 상임위원은 "그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대외비라고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마음이 꺼려졌다. 회장이 준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지 않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이자 인권법연구회 회원이던 이수진(51) 전 부장판사와 인권법 문제로 여러차례 상의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 전 부장판사는 지난 2월 법원을 떠나 여당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저로선 (인권법 문제를) 얘기할 사람이 이수진 말고 없었다…인권법이 주최할 학술대회에 대해 (이수진과) 상의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인권법연구회 소속이었던 한 전직 법관은 "이 전 상임위원이 인권법과 양승태 대법원 사이에서 갈등을 많이 했던 것으로 안다. 결과적으론 양 전 대법원장 입장에 선 것으로 봐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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