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가 벌이고 있는 유가전쟁 속에 실리는 중국이 챙기고 있다. 중국 정부는 반값 이하로 떨어진 원유를 대량으로 비축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핵심 관계자의 말을 빌려 “중국이 석유 가격의 역사적 추락을 계기로 비상용 석유 비축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0일 마스크와 보호 안경을 낀 중국 해경이 칭다오 부두에 서있다. 뒤로는 쿠웨이트발 석유 운반선이 보인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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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세계 1위의 석유 수입국이자 소비국이다. 중국 내에서도 원유가 생산되고 있지만 전체 소비량을 감당하긴 턱없이 부족하다. 매달 3000만~4000만t(메트릭톤 기준) 규모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현재 국제유가는 배럴당 20달러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과 비교해 60% 이상 급락했다.
지난 1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22.10달러에 거래됐다. 불과 한 달 사이 51.6% 가격이 하락했다. 지난달 31일엔 WTI 거래가가 장중 19.45달러로 추락하며 20달러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유가 불안은 지속하고 있다.
세계 1위 원유 생산국인 미국은 국제유가 급락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그동안 미국 내 석유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한 셰일업계가 자금난에 시달리기 시작하면서다. 1일 미국 셰일가스 업체인 화이팅 페트롤리엄이 파산보호신청을 하는 등 시장에서 우려했던 셰일업계 연쇄 부도는 현실이 돼 가고 있다.
중국은 역으로 석유 시장 위기를 기회로 삼고 있다.
중국 정부는 석유 비축량을 기밀로 하고 있다. 현재 비축량이 얼마인지, 어느 정도 비축 규모를 늘려갈지에 대한 계획도 비밀에 부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 달 치(90일) 수입량에 해당하는 석유를 비축할 것을 회원국에 권고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석유 비축량은 90일 치 수입량에 못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는 민간 수요까지 고려해 180일 치 수입량에 해당하는 석유를 비축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내 평소 비축량의 2~3배(추정)에 이르는 규모다. 이어 블룸버그통신은 “현재 중국 정부는 공공 석유 저장고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의 석유 저장고까지 활용하려 하고 있고, 민간 기업에도 ‘석유 탱크를 채우라’고 권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가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 덕에 비축 확대에 따른 추가 비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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