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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코로나19 실업 공황?…미 4월말까지 일자리 2천만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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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월말까지 15% 실업률 예측

3분기 경기반등 땐 올해 실업률 8% 수준

주요 선진국에서도 10~20% 실업률 예상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업 사태가 1930년대 대공황 수준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음울한 예측’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일(현지시각) 미국의 3월 넷째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660만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경제분석가 사이에서는 이 사태를 표현할 적당한 말이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1주일 전 330만건보다 한 주 사이에 두배로 늘어난 것이고, 불과 2주 사이에 약 1천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실업수당 청구는 최근까지 매주 20만건 수준이었다. 종전 최고 기록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66만5천건이었다. 미국 노동부는 3일 월간 실업률 통계를 발표하는데, 3.9%로 예상된다. 50년만에 최저였던 직전 실업률 3.5%에서 0.4%포인트 정도 밖에 증가하지 않은 것이다. 4% 미만의 실업률은 양호한 것이나, 이 통계는 최근 2주 약 1천만개의 일자리 상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다.

지난 2주간 1천만개 일자리 상실은 2월 한달 실업자 수 580만명의 거의 두 배나 되는 수치다. 경제통계 회사 ‘판테온 매크로노믹스’의 경제분석가 이안 셰퍼드슨은 “이 사태에 적당한 말이 없다”며 현재 진정한 실업률은 약 12.5%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는 일자리 감소는 더 놀라운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분석가 그레고리 데코는 일자리 상실이 2천만개까지 치솟을 것으로 진단했다. 4월말까지 일자리 2천만개가 사라지고 실업률은 15%로 치솟는다는 분석이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고치이다. 대공황 때 미국에서 최고 실업률은 1933년 24.9%였다. 1931년부터 1940년까지 실업률은 평균 14%를 웃돌았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는 2009년 10월 10%가 최고치였다.

골드만삭스의 경제분석가들은 미국에서 4~6월 2분기의 경제성장은 연율로 34%나 하락하고, 3분기 들어서는 19% 성장이라는 반등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3분기 들어서 코로나19 확산이 통제되고, 정상적인 사회·경제 활동으로 복귀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실업 사태가 완화된다. 댈러스 지역 연준의 로버트 캐플런 의장은 <시엔비시>(CNBC)와의 회견에서 실업률이 곧 10%대 중반으로 치솟고, 올해 연말에는 약 8% 정도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주요국도 미국과 사정이 다르지 않다. 영국에서는 최근 몇주 사이 실업수당 청구가 10배나 늘어 100만건을 기록했다. 이미 13.8%의 실업률로 선진국 중 최고인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신규 실업자가 83만4천명으로 전월 대비 30만2천명 늘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지난달 실업자가 전년 동기보다 65.7% 늘어난 50만4천여명에 달해 1946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12.2%로 전년 동기 대비 4.8%포인트 상승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후반 2주 동안 400만명이 실업수당을 신청했다고 2일 밝혔다. 프랑스 민간 부문 노동자 가운데 5명 중 1명이 신청한 셈이다. 아일랜드 중앙은행은 이날 코로나 사태 이전 4.8%였던 실업률이 올해 2분기에는25% 정도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캐나다에서도 외출제한 조처를 시행한 지난달 16일 이후 2주 동안 실업수당 신청이 213만건에 달했다고 <블룸버그 뉴스>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2일 보도했다. 인구 비례로 따지면, 미국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전체 캐나다 노동 인력의 11%에 달한다.

실업률 폭증은 필수사업장 외에는 문을 닫으라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결과로 요식업·숙박업·건설 등의 일용직 일자리가 한꺼번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규직 일자리까지 사라진 대공황 때에 비해서 아직 심각성은 약하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통제되지 않고 장기화되면, 기업들의 도산에 따라 정규직 일자리도 급속히 사라지는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오는 6월까지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통제될 수 있느냐에 따라 ‘코로나19 실업공황’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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