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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김두규의 國運風水] 계룡산·과천·경북 청도… 신천지는 왜 3대 성지를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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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신천지의 샤머니즘

인간에게만 종교가 있다. 인간 고유의 ‘의식(Bewußtsein)’ 덕분이다. 동물도 감정이 있고 지식(Wissen)이 있으나 ‘의식’은 없다. 동물에게 종교가 없는 이유이다. 종교는 개인의 구원뿐만 아니라 사회 통합에 기여한다. 그러나 의식이 참되지 못하면 ‘불행한 의식(ung lckliches Bewußtsein)’이 되고 만다. 그것은 잘못된 믿음이 되어 개인과 국가에 큰 해를 끼친다. 사이비 종교는 ‘불행한 의식’에 근거한다.

여기서 다룰 '신천지'를 필자는 사이비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코로나 19로 많은 환자가 발생한 데에는 '신천지'도 책임이 있다는 게 분명한 사실이다. 신천지는 기독교 계열이지 민족종교가 아니다. 민족종교들은 종종 풍수를 '이용'한다. 정감록, 동학, 증산계열, 비결 등에 풍수설이 자주 언급되는 이유이다. 그런데 신천지도 풍수관념을 차용한다. 대표적인 것이 '3대 성지(聖地)설'이다. '3대 성지'란 계룡산 국사봉, 과천, 경북 청도군 풍각면 현리리이다.

조선일보

신천지 3대 성지 가운데 하나인 경북 청도군 풍각면 현리리 전경. 이만희 총회장은 부모 묘비에 자신을 “果川親子”라고 표기했다. ‘하늘의 친아들’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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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은 조선 초 도읍지가 되었던 곳이다. 이만희 총회장(이하 이만희)은 "계룡산 국사봉에 올라가 40일 동안 받은 말씀을 노트 2권에 기록해 내려왔는데 그 책이 '신탄(神誕·신으로 태어남)'이다"라고 한다. 국사봉 정상에는 비석 하나가 있다. "천계황지(天鷄黃地)" "북두칠성(北斗七星)" 같은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만희가 지었다는 '새[鳥] 노래' 첫 구절이 "육천 년 깊은 밤 천계(天鷄)"로 시작한다. "천계황지"에서 따왔음을 알 수 있다. '천계황지'는 '하늘의 상서로운 닭이 땅을 지배한다'는 뜻이다. 자신이 지상을 지배하겠다는 뜻이다. 비석에 새겨진 '북두칠성'은 또 무슨 의미일까? 풍수고전 '감룡경'은 "무릇 산의 모습은 별의 정기를 형상화한 것"이라 하였다. 땅에서는 산이요, 하늘에서는 별이다. 계룡산 국사봉은 하늘의 북두칠성이 땅에 나타난 것이다. 이만희가 그 정기를 육화(肉化)하였다는 것이다.

과천은 어떤 곳일까? 이만희의 스승과 선배(박태선·유재열)들이 '장막성전' 터로 잡았던 곳이다. 작가 이병주의 '바람과 구름과 비'에서도 도읍지로 언급되는 땅이다. 근처에 정부종합청사가 자리한다. 흉지설에 휘말리는 청와대 대신 대통령궁으로 적격이다. 특히 이만희는 부모의 묘비석에 자신을 "果川親子(하늘의 친아들)"라고 하였다.

마지막 성지는 그의 고향 청도다. 생가와 선영 및 그가 가끔 머문다는 '만남의 쉼터'가 있다. 왜 이곳이 성지일까? 1957년 그가 "고향 집 뒤 들판에서 하늘을 향해 기도하던 중 큰 별이 내려와 비추이는 신비한 체험"을 하였기 때문이란다. 풍수고전 '청오경'은 "하늘의 빛이 땅에 비추이면 그곳에 참된 용이 머문다[天光下臨 眞龍所泊]"고 하였다. 그곳이 정말 용이 머무는 곳일까? 필자가 사는 산촌과 다름없는 한미한 시골이다.

무당들과 민족계열 신흥종교 교도들이 바위가 많은 곳(계룡산·관악산·모악산)에서 '도를 깨치려' 하는 것은 샤머니즘에 근거한다. 그런데 기독교를 표방하는 '신천지'까지 샤머니즘에 기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루살렘(성지)을 찾지 말고 하느님을 찾아라!’ 목사님들이 하는 말씀이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보이지 않는 네 아버지(하느님)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께서 다 들어주실 것이다.” “남에게 보이려고 교회당이나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는 것은 위선이다(마태복음).” 성지순례도 위선이요, 계룡산과 교주 생가를 찾는 것도 어리석음이다. ‘신에 대한 예배’가 아닌 ‘우상숭배’이다. 코로나 19가 밀접 접촉자들을 숙주로 삼는데, 굳이 일요일 교회 예배를 고집하는 목사들도 이해하기 어렵다.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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