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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아무튼, 주말] 게임시간 늘고 노트북 구입 급증… '디지털 엥겔지수'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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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에 쓰는 돈 비중 커져

온라인 강의 장비 필요… 컴퓨터 등 판매 급증… 인터넷 회선 가입 증가

외부 활동 줄어든 대신 게임하는 시간 많아져 기기 구입 등 지출 늘어

조선일보

서울 강남구에 있는 강남구청인터넷수능방송국에서 한 강사가 중학교 영어 강의를 녹화하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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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 사는 직장인 김모(45)씨는 한 달에 7만원을 들여 인터넷 전용회선 2개를 집에서 이용한다. 하나는 자신과 아내가 쓰고, 다른 하나는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6학년인 두 딸이 이용한다. 김씨는 "큰딸이 중학 입학 후에 각종 강의를 온라인으로 듣기 시작했는데 전용선 하나에 네 식구가 달라붙는 날이면 인터넷이 느려져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김씨 가족은 모두 4대의 컴퓨터를 갖고 있다. 자신과 아내는 각각 120만원짜리 노트북 1대, 큰딸은 90만원 하는 태블릿 PC 1대, 거실에는 150만원짜리 데스크톱 컴퓨터도 있다. 김씨 가족이 한 달 인터넷 전용선 비용과 휴대폰 요금으로 쓰는 비용은 25만원에 이른다. 김씨는 "최근 1년 동안 디지털 기기에만 400만원이 넘게 들었다"며 힘들어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어려워지자, 정부가 초·중·고등학교 학생 전원을 상대로 온라인 강의를 하기로 결정했다. 당연히 적잖은 가정에 불이 떨어졌다. 핵심은 장비 구입. 생계비 가운데 디지털에 쓰는 돈이 커지면서 '디지털 엥겔지수'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생계비 가운데 음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엥겔지수'를 빗댄 말이다.

노트북이나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의 디지털 기기는 온라인 수업을 듣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예년 같으면 3월 입학·개학 이전에 판매가 활발히 이뤄졌지만, 올해는 3월 후반 들어서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온라인 수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지난달 후반(16~31일) 노트북의 판매량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40%나 늘었다. 태블릿 PC 판매량도 9%, 스마트폰 판매량은 43%나 증가했다. 11번가도 지난달 후반(16~31일) 노트북과 태블릿 PC, 스마트폰의 판매량을 집계해보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67%, 189%씩 증가했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신영동에 사는 직장인 정모(45)씨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를 위해 태블릿 PC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 온라인 수업이 아침부터 오후까지 진행될 경우 정씨 부부의 노트북을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씨는 "노트북 두 대가 있는데, 태블릿 PC까지 사야 하다 보니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 외에 온라인 강의에 쓰이는 다른 장비 판매도 활발하다. 웹 카메라(웹캠) 매출액(3월 21~31일 기준·롯데하이마트)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0%나 늘었고, 이어폰 판매량(3월 16~31일 기준·11번가)도 작년보다 59% 증가했다. 인터넷 전용선을 새로 설치하는 가구도 늘었다. KT의 경우 지난해 2월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회선) 수가 875만명이었는데 올해 2월에는 893만명이다.

이 밖에 컴퓨터 게임에 돈을 쓰는 사람도 많아졌다. 코로나로 인해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야구 등 프로스포츠도 시즌 개막이 줄줄이 연기되면서 디지털 기기로 여가를 대체하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21~31일 사이 판매된 플레이스테이션, XBOX, 닌텐도 등 게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 늘었다. 모바일 게임 이용 시간과 지출도 증가했다. 글로벌 앱 조사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올해 3월 들어 21일까지 우리나라의 모바일 게임 전체 이용 시간(1주당 평균)은 1억1530만 시간으로 지난해(1억810만 시간)보다 700만 시간 늘었다. 같은 기간 게임 이용자의 전체 지출액(1주당 평균)도 9460만달러(약 1164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7880만달러(약 971억원)보다 늘었다.

[곽창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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