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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1000만배럴 감산" 트럼프·푸틴의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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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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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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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00~1500만배럴의 원유 감산을 언급한지 하루만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00만배럴 수준의 감산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20달러선 붕괴를 앞두던 국제유가는 이틀새 30달러 목전까지 치솟았다. 양국 정상의 연이은 발언은 유가 시장에 기대감을 불어넣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속내는 사뭇 다르다.


푸틴은 미국 주도의 감산 협상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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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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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자국 주요 석유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는 OPEC+(오펙플러스·석유수출국기구인 OPEC과 러시아 등 10개 산유국의 연대체)의 틀과 방법 안에서 파트너들과 협상을 맺을 준비가 돼 있다”면서 “우리는 미국과 이 문제를 협력할 준비도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잠정적인 평가에 따르면 하루 약 1000만 배럴 안팎의 감산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배럴당 42달러 정도의 유가가 적당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오펙플러스의 틀과 방법을 언급한 것은 결국 기존의 협상 방식대로 각국이 감산을 분담하는 것을 원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지난달초만해도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감산에 반대하며 오일전쟁을 촉발시켰던 러시아가 입장을 바꾼 것은 결국 미국이 먼저 감산을 주도하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FT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함메드 빈 살만 왕세자와 푸틴 대통령간 이견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사우디 에너지 정책에 정통한 관계자는 “사우디는 완전히 새롭고, 높은 수준의 감산을 고려하는 반면, 러시아는 감산이 과거 저유가 사례를 참조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사우디가 오펙플러스를 붕괴시켰고, 사우디가 코로나19로 항공과 자동차 기름 수요가 줄어든 마당에 이달부터 대규모 증산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도 전해진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감산 의지를 밝히면서도 사우디를 향해 “셰일오일이라는 경쟁자를 제거하려고 한다”며 오히려 책임을 돌렸다. 이번 유가전쟁은 러시아가 산유국간 감산을 할 때마다 셰일오일업체들이 점유율을 늘려왔다며 감산을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푸틴 대통령은 사우디와 긴밀하게 감산을 두고 논의하고 있다고도 밝혔지만 여전히 양국간 관계는 매끄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트럼프도, 셰일업계도…감산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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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 석유업체 경영진과 만나 사우디와 러시아가 유가 협상을 원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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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석유업체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모두 원유시장 안정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곧 석유업체들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두 국제 유가 시장을 안정 시킬 어떤 일이 일어나길 원한다”면서 “그들은 원유 생산 협상을 맺길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와 러시아 정산과 통화한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고, 우리의 에너지 사업을 되찾을 것이다. 나는 1000% 당신들 편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석유업체들은 정부의 구제안을 요청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입 원유에 관세를 물릴 계획은 없지만, 우리가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다면, 분명히 그것은 하나의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석유업체와 감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느냐는 질문에는 "그들은 잘하고 있었는데 바이러스 때문에 가격이 35~50% 하락했다"면서 "그래서 석유가 너무 많다. 하지만 그들은 훌륭한 기업이고 잘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곳은 자유시장이며 우리는 곧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며 감산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업체들에게 감산을 명령할 권한이 없는데다가, 대형 석유업체들은 감산에 큰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대형업체인 엑손모빌과 셰브론은 연방정부나 주정부의 감산 개입을 꺼리는 상황이다. 엑손 모빌은 “연방정부나 주정부가 에너지 시장에 개입하지 않길 원한다”고 했고, 셰브론도 트럼프 대통려의 감산 압박은 거부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텍사스철도위원회(TRC)는 셰일업계 감산을 준비 중이지만 셰일오일업체들은 릭 페리 전 에너지부 장관을 로비스트로 고용해 우선적으로 사우디산 원유 등에 관세를 물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텍사스 최대 셰이오일 업체인 파이오니어 내츄럴 리소스나 파슬리 에너지 등은 TRC에 시장 관리 기능을 반납하라고 요구 중이기도 하다. 텍사스 기반 업체들이 일부 자체적으로 감산을 한다 하더라도 이는 산유국들이 원하는 수치에는 한참 못미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다만 포브스는 코로나19로 수요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사실상 감산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펙플러스는 오는 6일 원유 가격 안정을 위한 장관급 화상회의를 열 예정이다. 여기엔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 산유국도 초청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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