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온라인 수업? "수업 전 일상 나누고 학생과 '라포' 형성하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터뷰] 에듀테크 전문가 신민철 교사

온라인 수업 이후 자녀와 수업 내용 공유하면 큰 도움

뉴스1

교육부 미래교육위원회 교사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민철 대구 진월초등학교 교사./신민철 교사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온라인 개학'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9일 중·고교 3학년을 시작으로 중·고교 1~2학년과 초등학교 4~6학년은 16일, 초등학교 1~3학년은 20일부터다.

교육 당국은 디지털 기기 보급, 교수·학습 자료 배포, 교사 연수 등을 통해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은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교사와 얼굴도 마주 보지 않는 수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신민철 대구 진월초등학교 교사는 이에 대해 "처음 가는 길인 만큼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수업에 앞서 교사와 학생이 '라포'(rapport·상호신뢰관계)를 충분히 형성한다면 빠르게 안정될 것"이라고 말한다.

신 교사는 교육부가 지난해 발족한 미래교육위원회의 교사 위원이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교실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신쌤의 스마트한 교단 일기'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에듀테크 전도사로 활약한다. 지난달 2일부터는 온라인 학습터 '학교가자닷컴'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에게 무료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개학에 앞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이 준비해야 할 사항들은 신 교사를 통해 살펴봤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학교 현장에서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클래스팅·줌·EBS온라인클래스 등 다양한 교육 플랫폼 가운데 여건에 맞는 것을 선택해 실습하고 있다. 디지털 활용에 익숙한 교사들이 그렇지 않은 교사들을 대상으로 품앗이처럼 연수도 진행한다.

-연수하면서 느낀 교사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가.

▶기술적인 부분은 배우면서 극복할 수 있다. 문제는 두려움이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언론이나 학부모의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사들의 정보화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조금만 믿고 지지해주면 감사하겠다.

행정과 관련해 모호한 지점도 있다. 만약 기술적인 문제나 프로그램 활용 미숙 등으로 학생이 수업에 참여하지 못했을 때 출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지침이 없어서 혼선이 예상된다. 이런 부분은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열어주면 좋겠다.

-디지털 기술에 적응하는 부분에서 고충을 토로하는 교사들도 있다.

▶최신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럴 필요가 없다. 마치 신발을 고르는 것과 비슷해서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도구를 선택하면 된다. 다른 선생님이 화려한 도구를 사용한다고 해서 따라갈 이유는 없다. 파워포인트(PPT)로도 충분히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온라인 수업을 진행할 때 교사들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무엇인가.

▶'라포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 원격수업도 어색한데, 처음 보는 선생님이 화면에 나와서 '공부하라'고 이야기하면 누가 말을 듣겠나. 학기 초 학생 상담은 5분 정도 진행했다면, 지금은 15~20분은 해야 한다.

여건이 된다면 정식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학생들과 화상으로 테스트 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일상적인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좋다. 그래야 수업이 시작됐을 때 교육 효과도 높아진다. 개인적으로는 교육용 게임을 같이 하기도 한다.

뉴스1

지난 3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등학교에서 쌍방향 온라인 수업 시연회가 열렸다./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온라인 수업이 길어지면 학습 분위기가 느슨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협업 문서를 활용할 것을 권한다. 온라인 수업은 '휘발성'이 강한데, 협업 문서는 참여자들의 활동을 모두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서 좋다. 교사와 학생이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평소 학생들과 소통할 때는 구글 클래스룸 같은 학습커뮤니티를 활용하면 좋다. '수업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카카오톡 등 메신저만 쓸 때와 비교해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또 이럴 때일수록 학생들에게 아날로그 활동을 독려해야 한다. 학생들이 온라인 활동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구체적 조작활동'에 대한 갈망이 있다. 지필 과제를 제출하게 하거나 작품을 만들어 온라인으로 공유하게 하는 식이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온라인 수업을 불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온라인 강의 지형을 보면 우리나라는 주로 사교육 시장에 집중돼 있었다. 공교육에서 온라인 비중이 높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당연히 불안할 수 있다. 다만 초반에는 혼선이 있더라도 빠르게 뿌리내릴 것으로 기대한다. 어설퍼 보이더라도 믿고 기다려주면 좋겠다.

-학부모들이 미리 준비할 사항이 있나.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당분간 홈스쿨링이 병행돼야 한다. 가정에서의 관리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 온라인 학습이라고 해서 수업 듣고 '땡'하고 끝내 버리면 효과가 떨어진다. 수업에 대해 5분이라도 자녀와 얘기하고 학습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EBS나 칸아카데미 등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통해 미리 정보를 찾아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프로그램 작동법 등을 자녀와 함께 미리 숙지하는 것도 좋다.

-개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누구보다 학생들이 답답할 것이다. 실험 대상이 됐다고 느낄 수도 있다. 미네르바대학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캠퍼스가 없는 대학이고 모두 온라인으로만 수업이 진행되는 곳인데 하버드대학교만큼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다. 교육 혁신 사례로 첫손에 꼽힌다. 어색하고 불편하겠지만, 선진 교육을 미리 경험하는 거로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믿고 따라올 수 있도록 충분히 신뢰를 심어줘야 할 것이다.
hunhun@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