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자영업자 앱 수수료 정액제→정률제
소공연 "수수료 급증"…배민 "정액상품 사재기 감소"
정치권은 '배민 특별법' 제정 총선 공약 제시
지역상품권 연계 할인하는 군산 '배달의명수' 인기에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지자체도 공공앱 출시 관심
공정위 "정치권과 여론 의식하기보다 경쟁제한성 초점"
공정거래법상 배민이 경쟁제한 과하게 위반했다 판단시
경쟁제한 폐해 막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국내 1위 배달 애플리케이션인 배달의민족이 자영업자에 받는 앱 수수료 체계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꾸면서 '배신의 민족'이란 오명까지 받고 있다. 정치권이 4·15 총선 공약에 특별법 제정을 포함하고 지방자치단체들은 공공배달앱으로 배민에 대항할 태세다. 논란이 확대되면서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배달통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 간의 합병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6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배민이 노출 건당 8만8000원(부가세 포함)의 '정액제'에서 매출의 6.4%(부가세 포함)를 내는 '정률제'로 수수료 정책을 바꿔 수수료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대로 배달 손님이 늘어 당장 내야 하는 수수료가 늘 것으로 본다. 지난 3일 통계청이 밝힌 '2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음식서비스와 음식료품의 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기 각각 82.2%, 71% 늘었다. 정액제에선 업소당 평균 3개의 8만8000원짜리 정액제 상품을 사면 됐고 비용도 정해져 있었지만, 정률제에선 매출액에 따라 수수료가 급증할 수 있다. 이에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지난 3일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기하급수로 느는 정률제는 소상공인들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월 매출 155만원(30영업일 기준 하루 평균 매출 5만1667원) 이하의 점포만 기존보다 수수료를 적게 낼 것이라고 추산했다.
반면 배민 측은 부당한 수수료 인상은 없을 것이고 '요기요', '배달통' 등과의 경쟁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새 정책 덕분에 덩치 큰 업자가 정액상품을 사재기하는 불공정거래의 소지를 줄 것으로 본다. 배민 측은 "소공연이 계산한 155만원은 '깃발(광고비)' 1개를 쓰는 업체 기준"이라며 "배민 입점 업소의 깃발 개수는 평균 3개로 월 매출 465만원에 해당하기 때문에 홀 매출 등을 빼고 앱으로 들어오는 매출만 따지면 월 465만원 이하(하루 평균 매출 15만5000원)인 업자의 비용 부담은 앞으로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배민 특별법'을 총선 공약에 넣는 등 '배민 때리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공공 배달앱 개발안을 제시했다. 지난달 13일 전북 군산시가 전국 최초로 출시한 공공앱 '배달의명수'와 비슷한 앱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배달의명수는 배민과 달리 사업주에 건당 이용 수수료와 가입비, 광고료 등을 받지 않아 자영업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우수 업소 선정 시 홍보비, 집기 구매비 지원까지 해준다. 지역 상품권인 '군산사랑상품권'으로 결제하면 주문액의 8%를 할인받는 등의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반긴다. 덕분에 군산시는 3주 만에 손익분기점(BEP)인 1억5000만원에 가까운 수익을 냈다. 지난달13일에서 지난 2일까지 3주간 1억2700여만원어치의 주문처리를 해 향후 1년 운영예산인 1억5000만원을 거의 다 회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 간 기업결합 심사에 배민의 수수료 변경 내용을 고려하되 새 정책이 '경쟁 제한성'에 과하게 악영향을 미치는지에 조사의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소공연과 정치권 등의 가격 인상 조사 요구, 비판적인 여론 등을 최대한 의식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기업결합 후 시장의 독과점화 심화에 따른 가격 상승, 서비스 품질 하락, 소비자의 선택 가능성 하락, 기업의 혁신 노력 감소 등 가능성이 있는지만 따지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 7조에 따르면 "당해 기업결합 외의 방법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효율성 증대 효과가 경쟁제한으로 인한 폐해보다 크면 기업결합의 제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단, 같은 법 제16조에선 "7조를 위반한 기업결합 당사회사(경우에 따라 특수관계인 포함) 또는 위반행위자에 대해 ▲당해 행위의 중지 ▲주식 처분 ▲임원 사임 ▲영업 양도 ▲채무보증 취소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제한의 폐해를 방지할 수 있는 영업방식 또는 영업범위의 제한 등의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공정위가 합병의 편익이 경쟁제한에 따른 손해보다 크다고 판단하면 이를 허용하되, 위반 행위가 중하다고 여겨질 경우 시정조치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별 사건에 관해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기업결합 타당성 심사 종료 전에 '배달의명수' 출시와 수수료 논란 등 특정 사안에 영향을 받기보다는 경쟁 제한성을 낮춰 시장의 독과점화, 가격 상승, 서비스 품질 하락 등의 발생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우아한형제들-딜리버리히어로 기업결합 타당성심사 법적기한은 오는 28일이다. 공정위는 법적기한에 연연하지 않고 자료 등을 면밀히 검토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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