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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WHO 사무총장 “아프리카는 실험실이 아니다”…佛 의사 주장에 ‘인종차별’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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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의학자들 방송에서 “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 실험하자” 논란 불러

세계일보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지난 6일(현지시간)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브리핑에서 아프리카를 코로나19 백신 임상실험실로 취급한 프랑스 의학자들 발언에 대해 “매우 끔찍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WHO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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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백신 실험실이 될 수 없고, 또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지난 6일(현지시간)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21세기를 살면서 그런 말을 듣다니 매우 끔찍하다”며 “우리는 그런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왜 이런 말을 한 것일까. 이야기는 현지시간 기준 사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앞서 장 폴 미라 파리 코친병원의 집중치료실장 등 프랑스 의학자 2명은 지난 3일 현지 방송사 LCI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럽과 호주에서의 코로나19 백신 임상실험을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문제의 발언은 장 폴 미라 실장이 코로나19 임상실험과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면서 나왔다.

이날 방송에서 장 폴 미라 실장은 “아프리카에는 마스크와 의약품, 집중치료실이 없다”며 “그곳에서 코로나19 백신 연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아프리카 사람들)은 이미 바이러스에 노출됐고, 스스로를 보호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이유를 댔다. 이 과정에서 미라 실장은 “아프리카에서 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에이즈 시약 연구를 한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함께 출연한 다른 의학자도 미라 실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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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도시 봉쇄로 일자리가 줄어든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의 한 마을에서 아이들이 배식을 받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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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륙을 사실상 코로나19 임상실험실로 취급한 두 프랑스 의학자 발언은 인종차별 논란으로 이어졌다. 트위터 등에서는 해당 발언 관련 기사가 수십회 리트윗(인용)됐으며, “의학자 자격이 없다” 등 발언을 둘러싼 수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출신 세계적인 축구스타 디디에 드록바도 “아프리카는 실험실이 아니다. 이토록 심각하고 경멸적인 발언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아프리카 사람을 기니피그(실험동물 중 하나)로 삼지 말라”고 자신의 트위터에서 맹비난했다. 카메룬의 축구선수였던 사무엘 에투도 프랑스 의학자들을 가리켜 ‘살인자’라고 불렀다.

미라 실장이 “내 발언으로 상처와 충격을 받고 모욕감 느낀 분들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고개 숙였지만 누리꾼들 비난을 가라앉히기에는 이미 늦은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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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디부아르 축구선수 출신 디디에 드록바가 프랑스 의학자들의 인종차별 발언 논란과 관련해 지난 3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아프리카는 실험실이 아니다”라며 “이토록 심각하고, 경멸적인 발언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디디에 드록바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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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러한 이유에서 화가 났던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해당 의학자들의 발언을 지적하면서, 그들의 생각과 말과 태도에 대해 ‘식민지 근성에서 나온 쓸모없는 유물(hangover from colonial mentality)’이라고 쏘아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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