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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매경이 만난 사람] 통계불신 극복나선 강신욱 17대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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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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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은 통계청이 역사상 가장 많은 논란에 휩싸인 시기였다. 월·분기마다 발표되는 통계가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상징인 소득주도성장을 평가하는 전장(戰場)이 됐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에 불리한 통계가 나오면 여권이 통계 설계 방식을 문제 삼았고, 반대의 경우에는 야권이 '통계 마사지' 의혹을 제기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통계청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국민적 관심도가 집중되는 통계청 조사는 상당 부분 조사원이 직접 방문해 설문하는 방식으로 작성되는데, 범정부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일면 배치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매일경제신문은 논란의 시기에 통계청을 이끌고 있는 강신욱 청장과 최근 정부대전청사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했다.

강 청장은 전임 황수경 청장이 통계중립성 논란 끝에 석연치 않은 이유로 퇴임한 자리를 이어받았다. 지난해에는 경제활동인구조사에 오류가 발생해 비정규직이 1년 새 87만명 급증했다는 사실을 직접 브리핑하며 주목을 받았다. 반복되는 통계중립성 논란에 그가 제시한 해법은 통계청이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공개해 국민에게 통계를 해석·판단할 권리를 제공하자는 것으로 압축된다. 또한 민간 기업의 비정규직 비중, 연봉·승진 결정 방식 등을 조사한 통계를 내년부터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연공서열제 폐지와 직무급제 도입 등 노동 현안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낼 통계여서 집계 결과에 따라 정책 향방도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통계중립성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 통계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관심이 커진 만큼 비판의 시각도 자연스레 증가했다고 본다. 이른바 '통계 마사지'는 업무구조상 불가능한 일이지만, 국민에게 더욱 신뢰받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은 맞는다. 통계청이 가진 자료와 통계 생산 과정을 있는 그대로 공개해 옳고 그름을 국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어떤 작업이 이뤄지고 있나.

▷통계청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는 마이크로데이터 공개 범위가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다. 마이크로데이터에는 통계 표본이 어떤 방식으로 구성됐는지, 개별 응답자마다 어떤 답변을 했는지 등의 정보가 모두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누구나 통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구체적 사례로는 기존에 수도권·비수도권 2개 분류만 제공하던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지역별로 세분화할 계획이며, 기업통계·산업통계의 마이크로데이터 공표 항목도 대거 확대했다.

―지난해 비정규직 통계의 시계열 단절 논란이 있었다.

▷통계청은 통계 개편이 있을 때면 최대한 시계열 단절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불가피한 경우 과거 통계와 비교할 수 있는 자료를 추가로 제공해왔다. 비정규직 통계는 예견할 수 없는 변화가 닥쳐 그렇지 못해 아쉬움이 있고, 국민께 송구스러운 부분이다.

―시계열 단절 논란의 재발을 막기 위해 어떤 대책을 준비하나.

▷통계 조사 항목을 변경할 때 통계청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통계영향평가 심의위원회'가 통계 개편의 영향을 점검하게 할 방침이다. 통계청 내부에서도 인력을 재배치해 통계영향평가팀을 구성했다. 그동안 통계 작성 담당자들이 개편 작업도 모두 떠맡았는데, 별도 조직이 표준화 매뉴얼을 만들어 면밀하게 검토할 계획이다.

―근본적 논란 막기엔 역부족 아닐까.

▷방지책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통계의 시계열 단절과 같은 사건이 발생한다면, 최고책임자가 나서서 솔직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 국가통계는 신뢰성이 있어야 하고, 그 첫 번째 덕목은 정확성이다. 만약 통계가 정확하지 못하다면 이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 신뢰성을 담보하는 또 다른 축이라고 본다.

―비정규직 통계에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을 이례적으로 직접 발표했다.

▷당시에도 청장이 직접 브리핑을 하는 것이 맞는가를 놓고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전년도와 수치를 비교하는 게 어려워졌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결정에는 지금도 다른 생각이 없다.

―통계청이 새로 준비하고 있는 주목할 만한 통계가 있나.

▷올해 시험조사를 거쳐 내년 정식으로 시행할 계획인 '기업경영방식통계'가 있다. 기업의 생산관리·인사관리 방식, 의사 결정 시 권한 소재,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 근로자 유형별 비중 등의 자료가 제공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정규직 비중에 따른 성과 비교, 직무급제를 도입한 데 따른 실적 개선 등을 집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기업의 경영 수준과 변화를 확인하고, 나아가 경영 혁신 촉진을 위한 기초자료로 쓰이길 기대한다.

―데이터3법 통과로 통계청 업무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통계청의 역할을 통계 생산에 한정 짓는다면 법 개정의 영향이 크지 않다. 통계청은 통계법에 따라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기준을 따로 적용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기관에서 생산하는 통계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역할까지 감안하면 매우 큰 변화가 닥칠 전망이다. 기존에도 통계청이 직접 생산하는 통계는 65종에 그쳤지만 관리해야 할 국가승인통계는 1200종에 달할 만큼 외부통계 관리는 통계청의 핵심 업무였다.

―국제 기준에 맞춰 근로자의 종사상지위 조사도 개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는 특수고용직이라고 많이 알려진 부분이다. 이들이 근로자 지위를 갖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구분하는 일은 굉장히 복잡하다. 이들을 자영업자로 볼지, 근로자로 봐야 할지 국제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통계청도 참여하고 있다. 종사상지위를 구분하는 일은 고용노동부 소관이기도 하고, 다른 노사관계도 연관돼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변화할지는 관계부처와 노사가 모두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에서 결정할 방침이다. 새로운 방식의 시험조사는 이미 진행 중이고, 이는 통계청 업무 보고와 국가통계위원회 회의를 통해 계속 언급돼 온 내용이다.

―학자로 복귀한 뒤에 연구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

▷과거부터 식견이 더 쌓인다면 다뤄보고 싶었던 것이 불평등의 규범적 연구다. 지금까지 불평등에 대한 연구는 모든 소득이 모든 계층에 균등하게 분배된 가상적인 상황에서 현실이 얼마나 이탈돼 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를 대신해 공정이 무엇인가를 이론적으로 규정할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코로나19에 통계도 발목…전국사업체조사 6월로 연기

연말께 '5년에 한번' 인구총조사

매일경제

[사진 제공 = 통계청]


―코로나19 확산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 통계청 업무가 있나.

▷많은 통계가 조사원들이 직접 대상 가구를 방문해 설문을 취합하는 방식 위주로 작성된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확산되며 이 같은 조사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단적인 예는 전국 약 400만개 사업체를 조사하는 전국사업체조사다. 통계청 직원은 물론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임시 조사원까지 채용해야 하는 규모가 큰 통계인데, 일단 신규 채용한 조사원들을 한곳에 모아 교육시키는 것부터가 난항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도 연기하자는 곳이 많아 6월로 조사 일정을 연기해 둔 상태다.

―각종 동향통계 작성에 어려움은 없나.

▷주요 동향통계는 통계청 직원들만으로 자체 수행할 수 있고, 조사원들과 대상 가구·기업들 간 관계가 형성돼 있는 덕분에 상대적으로 여건이 괜찮은 편이다. 다만 신규로 표본에 진입하는 가구·기업들은 응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비대면조사 등 각종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5년마다 한 번씩 하는 인구총조사가 올해 예정돼 있는데, 코로나19 영향은.

▷인구총조사의 실제 조사는 11~12월에 예정돼 있다. 그때까지는 상황이 진정되기를 기대한다.

―올해 인구총조사의 달라진 점은.

▷최근 1인가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혼자 살게 된 이유' '혼자 산 기간' 등 관련 문항들이 추가됐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 관련 문항도 검토 중이다. 또 지난해 가구주택 조사부터 태블릿PC를 활용하기 시작해 기존 수기 방식에 비해서 효율이 훨씬 증대됐다. 자료의 입력·전송·처리 시간을 단축시켜 공표 시점을 이전에 비해 4개월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강신욱 청장은…

△1966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석사·박사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전문위원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 전문위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소득보장정책연구실장 등 △2018년~현재 통계청장

[이지용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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