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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사설] `전 국민에 재난지원금` 票퓰리즘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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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고 국민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으로 추진되는 긴급재난지원금이 총선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변질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전 국민에게 신속하게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5일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을 즉각 지급해야 한다"며 불을 지피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6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맞장구쳤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각계 의견을 수렴해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신속하게 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군소 정당들도 동조하고 있다. 정의당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인당 100만원을 이달 안에 지급하자고 주장했고 민생당은 1인당 50만원씩 모든 가구에 현금을 주자고 제안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급 시기를 총선 직후로 앞당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어느 누구도 설득력 있는 재원 조달 방안을 내놓지 않고 두루뭉술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전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려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정부 방안대로 소득하위 70%에 해당하는 1400만가구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면 약 9조원이 소요되는데 지급 대상을 2050만가구 전체로 확대하면 13조원으로 늘어난다. 통합당 제안에 따라 5200만명 모든 국민에게 50만원을 주려면 26조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추가경정예산 7조원을 편성해 놓은 상황에서 추가로 재원을 마련하는 일은 쉽지 않다. 더욱이 올해 들어 경기 부진으로 법인세 등 세수가 급감하고 있어 예산 구조조정만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적자 국채를 발행해 충당할 수밖에 없는데 재정건전성 악화와 국가신용도 하락 등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그럼에도 여야가 무차별 현금 살포에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표심을 잡으려는 노림수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나라 곳간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총선에서 한 표라도 더 얻으려고 무모한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미국과 유럽 등 거대 시장은 사실상 마비됐고 글로벌 공급망이 언제 정상화될지도 알 수 없다. 항공과 자동차, 정유 등 주력 산업이 벼랑 끝에 몰리면서 대규모 실업으로 인한 일자리 대란 위험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금은 최악 사태에 대비해 충분한 재정을 확보해 둬야 할 때다. 당장 생계가 막막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서둘러야 하지만 재정에 큰 부담을 주는 포퓰리즘 정책은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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