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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내 신용등급, 신평사는 1등급 은행은 4등급... 대출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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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A씨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하락하자 부랴부랴 대출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정부가 지정한 신용평가사이트 ‘나이스지키미’에서 신용등급을 조회하니 다행히 1등급이 나와 대출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B은행을 찾았다. 그러나 B은행은 A씨의 대출 신청을 거절했다. 알고보니 B은행 기준으로는 A씨의 신용등급이 4등급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개인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신용평가회사의 신용등급과 은행 내부적으로 책정되는 신용등급이 달라 코로나19 금융 지원을 받으려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들은 "대출 가능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미리 신용등급을 확인해보는데, 정작 은행에 가면 전혀 다른 등급이라고 한다"며 "사람은 같은데 왜 기관마다 신용등급 차이가 나는지 의문"이라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조선비즈

지난달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 서부센터에서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소상공인 대출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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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나이스가 시중은행의 신용평가 모형을 만들어주고, 이 모형에 투입되는 데이터도 제공해주고 있어 나이스 신용등급이 기본이 되는 것은 맞다"면서도 "각 은행별로 주요 차주 특성에 맞춰 나이스가 제공한 신용평가 모형을 수정하고, 여신 전략에 따라 가점을 조정하기 때문에 신용등급간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스평가정보는 현재 연체 여부 및 과거 채무 상환 이력 등이 담긴 상환이력정보를 40.3%로 가장 많이 반영한다. 이 외에는 신용 상품별 이용 건수 등 신용형태정보를 25.8%, 현재부채수준을 23.0%, 신용거래기간을 10.9% 반영한다. 현재 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21개 은행이 나이스평가정보 모형을 쓰고 있다.

각 은행은 이를 토대로 신용평가 모형을 조정한다. 예를 들어 취약계층 지원 목표가 큰 은행은 저신용자에게 보다 유리하게 신용평가 모형을 수정하고, 다소 보수적이거나 여신 여력이 크지 않은 은행은 기준을 높이는 식이다. 여기에 은행 거래를 통해 쌓인 개인별 금융 정보를 활용해 신용등급을 산출한다.

이 때문에 신용등급 산출법은 은행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등급 모형이 통일된다면 고객 입장에선 편할 수 있지만, 은행 간 경쟁은 그 즉시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해당 은행과 거래가 없어도 주거래은행과 같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면 고객들이 굳이 주거래은행을 찾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은행들도 고객 유치를 위해 좋은 상품을 내놓을 유인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코로나19 금융지원과 관련해 신용등급 차이로 혼란이 커지자 은행권은 관련 보증을 제공하는 신용보증기금에 신용등급 재정의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신보는 ‘소상공인 금융지원 및 이차보전 업무협약’ 중 ‘고신용’에 대해 "CB(신용평가)사가 산정한 개인신용등급 1~3등급 혹은 그 수준에 상승하는 은행별 신용등급을 말한다"고 변경했다.

지금까지는 "고신용이란 개인신용평가 1~3등급 수준에 상응하는 신용등급을 말한다"고 돼 있었다. 고신용자 인정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개인 입장에선 신평사 신용등급 1~3등급, 또는 이와 비슷한 수준의 은행 신용등급을 받으면 시중은행이 제공하는 코로나19 초저금리 대출(연 1.5%)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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