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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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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추천] '먼 훗날 우리' 현실이 버거워도 사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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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사랑은 늘 같은 모습일까.

철없이 함께 미래를 상상하던 그 모습 그대로 머물기에 사랑은 현실 앞에 유약하다.

결혼의 계절, 과거의 청춘을 되묻게 하는 영화가 있다. 넷플릭스에서 지난 2018년 6월 공개한 영화 <먼 훗날, 우리>(後來的我們)다. 대만출신 유약영(劉若英) 감독 작품으로, 중국에서 초대박 흥행을 거둔 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 국가에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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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2007년과 2018년의 춘절 기차 안 풍경이 교차되면서 시작한다. 활기를 띈 2007년 춘절의 기차와 달리, 2018년 시점은 흑백 톤으로 연출됐다. 남녀 주인공 린젠칭(정백연)과 팡샤오샤오(주동우)는 10년의 시간을 건너 남처럼 마주친다.

이들은 고향 야오장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마주쳐 친구가 됐다. 남자 린젠칭은 대학을 졸업한 뒤 베이징 중관촌에서(한국의 용산전자상가에 해당) 해적판 시디를 팔며 게임 개발자로서 성공을 꿈꾼다. 여자 샤오샤오는 베이징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 유일한 목표다. 이를 위해 베이징에 ‘집’을 가진 남자를 끊임없이 찾는다.

리젠칭의 짝사랑에도 샤오샤오는 불안정한 리젠칭을 친구 그 이상으로 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인연은 질기다. 샤오샤오는 결국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리젠칭을 사랑하게 된다. “하늘에서 별을 따고, 바다에서 진주를 캐 준다”는 리젠칭이 이젠 샤오샤오의 ‘집’이다.

둘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현실은 더 잔인해지기만 한다. “저런 꼴로 고향에 오다니”라는 말까지 들은 리젠칭은 점점 변해간다. 같은 방에 있어도 서슬 퍼런 눈빛으로 게임에만 몰두하는 리젠칭에게 샤오샤오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 “젠칭, 나갈게”라며 건낸 샤오샤오의 마지막 인사도 리젠칭은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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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네가 안 떠났다면 우리는 그 후에 달라졌을까?” 다시 만난 샤오샤오에게 리젠칭은 묻는다. 그런 리젠칭에게 샤오샤오가 다시 묻는다. “네 바람대로 됐다면?” 리젠칭은 대답한다. “결국에 다 가졌겠지.” 그리고 샤오샤오가 말한다. “서로만 빼고.”

기억 속에 묻어둔 사랑을 다시 꺼낸 그들의 세상은 왜 무채색이었을까. 더 이상 가난하지도, 비참하지도 않은 리젠칭과 샤오샤오의 만남이 10년 전처럼 빛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단순히 연출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내가 지키지 못한 너, 니가 지키지 못한 내가 남긴 사랑은 결국 서로에게 추억으로 남았을 때 아름다워졌다.

영화는 과거의 사랑을 되묻게 하지만, 결국 지금의 ‘너’에게 사랑을 말하게 한다. 그 시절을 모두 지나 나에게 온 ‘너’를 이제 더는 놓치지 말라고. ‘먼 훗날 우리’는 서로의 덕분에 성장했고, 그 시간들로 인해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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