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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신흥국에 달러 푼다더니…‘안전한’ 나라만 고르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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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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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지만 주요 선진국의 정책 공조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달러 강세에 부채 부담이 늘어난 신흥국들은 줄줄이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있지만 미국은 경제여건이 양호한 나라에 제한적으로 달러를 공급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가 지나고 난 뒤에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의 국가 신용등급을 ‘선택적 디폴트’로 강등했다. 아르헨티나가 발행된 달러화 표시 국채 상환을 내년까지로 연기한다고 발표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했다고 본 것이다. 최근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주요 신흥국들도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멕시코는 투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연초 대비 30% 넘게 통화 가치가 폭락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혼란이 자금 유출과 환율 하락을 부추기면서 외환보유액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달러 공급자인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유동성을 늘리는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연준은 지난달 31일 미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빌려준다고 했지만 정작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나라에는 유명무실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은 1조1000억달러가 넘는 규모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달러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터키는 28억달러 규모에 그친다. 터키는 미국과 한도 내에서 달러를 빌려주는 통화스와프도 맺지 않아 사실상 달러를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막혀 있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은 고객 관리 차원에서 자국의 국채를 보유한 국가들에 통화스와프 등을 통해 달러를 공급하지만 국채를 보유하지 않은 신흥국에까지 유동성을 공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정책 공조 협의체였던 주요 20개국(G20)의 역할이 축소된 점도 부담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출범한 G20은 최근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면서 위기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국과 협의 없이 전격적으로 국경을 폐쇄한 결정을 한 것만 보더라도 기존 협의체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주요국에서 스트롱맨들이 집권하면서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달러 강세로 부채 부담이 커지는 만큼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재정여력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달러를 많이 갖고 있는 나라와 갖고 있지 못한 나라의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며 “달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달러 패권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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