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각국 선거 파행]
美 위스콘신주 경선 투표 강행… 선거 포기한 유권자 많을 듯
美 드라이브 스루 투표 - 7일(현지 시각)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리버사이드 고등학교에 마련된 대선 후보 경선 투표소 앞에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방식으로 투표하려는 차량이 늘어서 있다. 밀워키 투표소 180곳 중 코로나 확산 위험을 피할 수 있는 5곳에서만 투표가 진행돼 긴 줄이 생겼다.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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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위스콘신주(州)가 7일(현지 시각) 양당 대선 후보 경선을 무리하게 실시해 논란이 됐다. 미국 대부분 주는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한 지난달 중순 이래 경선 투표를 연기하고 있는데 위스콘신만 강행했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경선 연기를 추진하자 공화당이 장악한 주의회가 예정대로 경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맞섰고, 하루 전날 대법원이 의회 손을 들어줬다. 워싱턴포스트·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이날 위스콘신 최대 도시 밀워키에선 당초 마련된 투표소 180곳 중 175곳이 폐쇄됐다. 투표소를 제대로 소독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킨 상태에서 투표를 진행할 수 있는 곳이 5곳뿐이었기 때문이다. 선거 관리 요원이 부족해 주 방위군까지 동원됐지만 유권자들이 1시간 반씩 줄을 서야 했다. 그린베이시에선 투표소 31곳이 2곳으로 줄어 2~3시간씩 줄을 섰고, 유권자끼리 몸이 닿아 싸움이 일기도 했다고 한다. CNN은 "손 소독제가 묻은 투표용지 때문에 개표기들이 오작동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문제는 코로나 감염 공포로 위스콘신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를 포기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매디슨시 시장은 이날 "이건 짝퉁 선거(travesty)"라며 선거 강행을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도 "유권자들이 건강과 투표권 사이에 선택을 강요당했다"며 "위스콘신 경선 결과가 어떻든 불법 선거 논란으로 얼룩질 것이 뻔하다"고 했다.
미국은 이미 민주당이 대선 후보 선출 전당대회를 6월에서 8월로 연기했고, 후보 토론회와 유세도 전면 중단되는 등 이미 대선 파행으로 접어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11월 대선마저 제대로 치르기 어렵다며, 의회가 대선 일정 조정이나 전면 우편 투표 같은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통적으로 현역 대통령에게 유리한 미 대선 구도가 코로나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유리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코로나 대책 관련 회견을 재선 유세에 가까운 '원맨쇼'로 바꾼 반면,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같은 야당 후보들은 사실상 존재감을 잃고 있다.
폴란드는 5월 10일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전면 우편 투표로 치르기로 했다. 폴란드 하원의회는 7일 야당의 격렬한 반대 속에 집권 여당의 주도로 이런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야당은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코로나로 4000명 넘게 확진되고 100명 이상 사망한 국가 위기 속에서 지지율이 오르자 재선을 노리고 선거를 강행했다"며 초유의 대선 우편 투표 결정을 '쿠데타'로 규정했다.
폴란드는 각 유권자에게 투표용지를 우편으로 보내면 각자 투표해 곳곳에 마련된 특수 우체통을 통해 수거하기로 했다. 그러나 "우편물도 감염 우려가 있다" "우체국이 전국 단위 투표 업무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선거를 미루는 곳도 있다. 영국은 5월 런던시장 선거 등을 포함한 지방선거를 1년 미뤄 내년에 치르기로 했다. 프랑스는 3월 15일 지방선거 1차 투표를 강행했으나, 22일 예정됐던 2차 투표는 잠정 중단했다. 1차 투표 때 투표율(46%)이 2014년 선거 때 투표율(63.5%)보다 크게 떨어지면서 '민의 왜곡'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칠레는 이달 26일로 예정됐던 개헌 국민투표를 10월로 미뤘고, 볼리비아는 5월 3일 대선을 무기 연기했다. 에티오피아도 8월 총선을 연기할 방침이다.
[정시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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