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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현미경] 英 총리 권한 대행 권한은 어디까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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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질문 쏟아낸 까닭은

7일 오후(현지 시각) 영국 정부의 코로나 대응 브리핑에서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이 마이크를 잡았다. 라브는 전날 중환자실에 입원한 보리스 존슨 총리가 지정한 총리 권한 대행이다. 기자들은 '당신의 권한은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을 쏟아냈다. 난처한 표정의 라브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중요한 사안은 다른 장관들과 논의해서 결정할 것입니다"라는 답을 반복했다.

전문가들은 존슨 총리가 적어도 한 달은 업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업무 복귀가 여름에나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총리 권한 대행의 업무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국정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혼란의 근본 원인은 영국이 성문(成文) 헌법이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영국은 국가 중대사를 의회 토론을 거쳐 총리의 건의로 국왕이 결정하는 입헌군주제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 명시적인 헌법 조문이 생기면 의회가 유연하게 통치해온 전통이 위협받는다는 생각이 수백 년 내려져왔다.

총리 유고나 부재 시 권한 대행을 누가 맡고, 행사하는 권한의 범위가 어디까지라는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 7일 존슨이 중환자실에 있는 사이 핵무기 발사 버튼을 눌러야 하면 누가 결정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생겼다. 총리실 대변인은 "라브와 내각이 함께 결정한다"는 두루뭉술한 대답을 내놨다.

존슨 총리가 권한대행으로 라브를 고른 것도 시비를 부른다. 국무조정실장 또는 전통적으로 장관 중 서열 1위인 재무장관이 이어받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존슨은 자신의 강경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노선을 지지해온 라브를 신뢰한다. 라브는 언행이 다소 거칠기 때문에 리더 자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현재 내각에서는 이동 금지령을 빨리 풀자는 리시 수낙 재무장관과 시기상조라며 맞서는 맷 행콕 보건장관이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라브가 두 사람의 이견을 조정할 리더십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일간 더 타임스는 전했다.

7일 영국은 786명의 사망자가 추가됐다. 하루 사망자로는 가장 많다. 누적 감염자는 5만5242명이고 사망자는 6159명이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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