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인간의 위선에 대한 경고 알람이기도 하다." 12일 부활절을 앞두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8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더태블릿'과 진행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호주 산불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고 18개월 전 북극 빙하 해빙으로 인한 보트 전복사건을 기억하는 이가 없어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교황은 "자연의 복수일지 알 수 없지만 자연의 반응인 것은 분명하다"며 "이런 위기에서는 다 같이 힘을 합쳐서 하지만 정치가들의 위선이 걱정된다"고 염려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가혹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교황은 "좋든 싫든 우리는 자본주의 세계에 살고 있고 누군가는 희생되는 것이 정상으로 여겨진다"면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는 '버려지는 문화'와 이를 방치하는 정책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미국 라스베이거스 사진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면서 "주차장에 노숙자들이 누워 있지만 정작 호텔은 텅텅 비어 있다"고 언급했다.
전 세계 시민 상당수가 사교 모임을 중단하고 '사회적 거리'를 두고 있는 것과 관련해 "미래를 위해 나 자신과 현재를 돌보라"면서 "미래가 왔을 때 단순히 고립에서 탈출하는 게 아니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며 앞으로 나아가자"고 조언했다. 그는 또 "부활은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며 부활절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코로나19를 통해 우리 경제가 조금 더 인간적인 면모를 지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자신의 건강에 대해 "기관지염에서 회복 중이다. 바티칸 내 숙소에서 더 많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호흡기가 좋지 않아 젊은 시절 폐 일부를 절제한 바 있다. 최근 감기 증상으로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불거지기도 했다.
앞서 교황은 지난달 27일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귀가 먹먹한 침묵과 고통스러운 허무가 우리 삶을 사로잡았다"면서 "주님이 이 세상을 축복하고 건강을 주고 마음의 위안을 달라"고 기도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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