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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도서관 이용 제한하자…스터디카페로 몰린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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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8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한 스터디카페가 대학생·취업준비생들로 만석이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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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9시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근처 한 스터디카페로 들어서자 70여 개 좌석이 공부하는 사람들로 꽉 찬 모습이었다. 200㎡ 규모 공간에는 벽을 마주 본 긴 테이블에 1인용 좌석 20여 개가 마련돼 있고, 카페처럼 두 명이 마주 보고 앉는 테이블 10여 석도 만석이었다. 또 다른 공간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니 길쭉한 1인용 좌석에 20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일부 마스크를 쓴 학생도 보였지만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아 스터디카페 이용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있을 경우 집단감염 위험이 높아 보였다. 같은 날 찾은 다른 스터디카페 두 곳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150㎡ 규모 공간에 이용자 50여 명이 빈틈없이 앉아 있었다. 스터디카페 이용자가 많다는 사실은 입구 안내문에서도 확인이 가능했다. 업체 측은 '간혹 원하는 시간에 좌석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며 이용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안내문을 카페 입구에 붙여 두기도 했다.

최근 대학가와 고시촌 인근 스터디카페로 대학생,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생), 취업준비생 등이 몰리며 코로나19 집단감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스터디카페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데, 좁은 공간에 많은 이용자가 밀집해 있어 입구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 최소 1~2m 간격 유지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9일 대학가에 따르면 주요 스터디카페로 학생들이 몰리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주요 대학 도서관 이용이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강은 했지만 현장 강의가 없고, 도서관도 문을 열지 않거나 제한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갈 곳 없는 학생들이 스터디카페로 몰려들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성균관대는 지난달부터 학술정보관 자료실과 열람실 전체를 휴관하고 있다. 서강대도 지난 2월 말부터 중앙도서관과 일반 열람실 문을 닫았다. 연세대는 24시간이던 중앙도서관 1층 열람실 운영 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로 단축했다. 서울대는 본관 3B 열람실을 폐쇄했다. 나머지 열람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제한해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이용 가능한 좌석을 줄이고 2m 간격으로 띄어 앉게 하는 도서관도 있다. 고려대는 중앙도서관 등 대형 열람실 전체 좌석 중 4분의 1만 배정할 수 있도록 제한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한양대도 개방된 3층 열람실 708석 중 134석(19%) 이하로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도서관 이용 제한으로 학생들이 몰리고 있는 스터디카페는 독서실과 카페 성격을 동시에 지닌 곳으로 시간당 1000~3000원을 받는다. 한 달에 10만원 정도를 내면 정기권을 끊어 이용할 수도 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학교 도서관보다 쾌적하다는 평가로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간호 공무직을 준비하는 홍지희 씨(24)는 "집에서 공부하기 답답해 매일 스터디카페에 오고 있다"며 "평소에는 저녁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많이 빠졌는데 요즘에는 계속 만석이라 자리 잡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스터디카페 이용자들은 태블릿PC·노트북으로 온라인 강의를 듣거나 수험서를 보고 있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마스크를 벗고 음료를 마시며 공부하는 모습이었다. 칸막이도 없는 긴 테이블에 옆 사람과 좁은 간격으로 붙어 앉아 있거나 카페처럼 마주 보고 앉아 있어 위험해 보였다.

대학생 임 모씨(22)는 "개강은 했는데 학교에는 공부할 공간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스터디카페에 온다"며 "사람이 많이 모여 불안하기는 하지만 과제가 많아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김 모씨(25)는 "고시생이나 취준생들은 코로나19보다 취직 안 되는 게 더 무섭다"고 전했다.

대학 커뮤니티에도 스터디카페 정기권을 구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여기저기 다 전화해 봐도 만석이고 대기를 받아주는 곳도 한참 기다려야 한다" "학교 주변은 거의 풀방(만석)이다"는 글이 올라왔다.

모든 스터티카페가 코로나19 집단감염 위험에 노출된 것은 아니다. 부산 한 스터디카페는 여러 명이 앉는 큰 테이블은 맞은편 자리와 옆자리는 비우고 앉도록 조치하고 직원이 상주하며 문고리 등을 소독하고 있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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