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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단독] 영화 ‘기생충’ 제작사, 게임사업부에 권고사직 요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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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손이앤에이 “게임 사업 종료”

기생충 흥행에도 3년 연속 적자 탓

“코로나 빌미 권고사직 악용” 비판


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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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4관왕 영화 <기생충>의 제작사가 게임사업부 직원 수십명에게 권고사직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직원들은 ‘지난해 말까지 신규 인력을 뽑은 회사가 코로나19를 빌미 삼아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바른손이앤에이(E&A)는 지난달 30일 회사 내 게임사업부 직원 30여명에게 이달 10일까지 퇴사서약서(권고사직 동의서)를 작성해 제출할 것을 이메일로 통보했다. 게임 사업을 종료한다는 게 이유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169억여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영업손실은 이보다 많은 177억여원이었고, 연결기준으로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기생충>의 전세계 흥행수입이 3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기사회생’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2018년 1억4000여만원에 그쳤던 영화 판권 매출이 <기생충>이 개봉한 지난해 95억여원으로 껑충 뛴 것이다. 이에 회사가 주력 사업을 게임에서 영화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초 꾸린 게임사업 조직을 정리한 것이라고 직원들은 보고 있다.

문제는 이 회사가 법적 절차가 까다로운 ‘경영상의 해고’가 아니라, 노동자에게 형식상 ‘선택권’을 준 것처럼 보이는 권고사직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다. 권고사직 통보를 받은 ㄱ씨는 “회사가 노동자에게 사직을 ‘권장’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나. 특히 게임회사의 경우 업계가 좁아 문제를 제기해봐야 이직에 불리하기 때문에 권고사직은 사실상 해고와 다름 없다”며 “어쩔 수 없이 대다수 직원들이 10일 퇴사서약서를 제출하겠지만, 코로나19로 새 직장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너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권고사직을 악용해 사람을 일회용품처럼 쉽게 쓰고 버리는 일이 부디 바뀌길 바란다”고 말했다.

류호정 정의당 아이티(IT)산업노동특별위원장은 “기업들은 ‘부당해고’라는 법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권고사직이나 희망퇴직 등을 활용하는데, 노동자 입장에선 말뿐인 ‘권고’를 거부할 방법이 없다”며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동안만이라도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권고사직 등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해고 조처를 제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권고사직 요구 논란과 관련한 바른손이앤에이의 입장을 들으려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회사 쪽은 답변을 거부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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