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6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돈 긁어 모으는데 웬 폐업? 강형욱 ‘보듬컴퍼니’ 재무제표 살펴보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훈련사 강형욱. 인스타그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h730’을 쳐보세요.)



갑질과 폐업 논란이 일고 있는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 보듬컴퍼니 대표를 둘러싼 파장이 커지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회사의 경영 상태를 향한 관심도 적지 않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보듬컴퍼니는 반려견 교육 및 관련 용품 판매를 목적으로 2014년 설립됐다. 본사는 경기 남양주시로 강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반려견 문화를 이끈 ‘개통령’(개+대통령)이라는 별명답게 보듬컴퍼니는 최근 3년간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보이며 고속 성장했다. 회사 매출액은 2021년 38억2천만원에서 지난해 48억7천만원으로 연평균 12.9% 늘었다.



한겨레

강형욱 보듬컴퍼니 대표 인스타그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매출 증가를 이끈 건 강 대표 등이 견주에게 반려견 양육방법을 가르쳐 주는 ‘교육 서비스(용역)’ 매출이다. 보듬컴퍼니는 599만원짜리 ‘365일 마스터플랜 풀패키지’, 399만원짜리 ‘365일 브이브이아이피(VVIP) 풀패키지’ 등 교육 프로그램을 팔아왔다.



실제 교육 서비스 매출액이 보듬컴퍼니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48.7%에서 지난해 86.6%로 껑충 뛰어올랐다. 반려견 용품을 판매하는 상품·제품 매출 비중이 3분의 1 남짓으로 쪼그라든 대신, 강 대표를 앞세운 교육 프로그램으로 연매출 5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둔 셈이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교육 사업은 재료비·판매 비용 등 매출액과 함께 늘거나 줄어드는 변동비 비중이 작은 만큼, 매출 증가가 고스란히 회사의 수익성 제고로 이어졌다. 보듬컴퍼니의 영업이익은 2021년 4억1천만원에서 지난해 20억3천만원으로 연평균 123.6% 늘어났다. 매출액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영업이익률)은 2023년 41.7%를 기록했다. 100만원짜리 교육 프로그램을 팔면 40만원 이상이 회사의 이익으로 남는다는 얘기다.



강 대표가 정말 ‘짠물 급여’로 직원들을 괴롭혔을까? 보듬컴퍼니 재무제표를 보면, 이 회사의 매출액 대비 전체 급여(판매관리비 및 용역원가 항목의 급여 포함) 비율은 2021년 21.2%에서 지난해 18.7%로 하락했다. 회사의 외형 성장 규모만큼 인건비가 불어난 건 아니라는 의미다.



한겨레

보듬컴퍼니 누리집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눈에 띄는 건 회사의 재무 건전성이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듬컴퍼니는 2021년만 해도 회사의 유동부채(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부채)가 유동자산(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의 10배에 이를만큼 유동성 상황이 좋지 않았다. 사옥 신축 등 부동산 자산 확대 과정에서 차입금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 회사 유동비율(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비율)은 2021년 10.4%에서 지난해 72.5%로 대폭 개선됐다. 단기 차입금 중심으로 부채를 줄이며 유동자산과 유동부채가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된 셈이다.



최근 3년 새 이익 증가로 회사에 이익잉여금이 14억원 남짓 쌓이며 자기자본도 그만큼 불어났다. 이로 인해 큰 폭의 부채 감소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총자산(자기자본+부채)은 2021년 174억원에서 지난해 172억원으로 현상 유지를 했다. 보듬컴퍼니의 재무제표만 놓고 보면, 회사 폐업의 원인을 추정하기 어려운 셈이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기획] 누구나 한번은 1인가구가 된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