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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전성인 “대책 없는 규제 완화, 라임 사태 키워” 김경율 “작전 세력 처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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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인 교수·김경율 대표가 말하는 '라임 사태'

경향신문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왼쪽)와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나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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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라임사태)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오랫동안 곪은 문제가 결국 터져나온 것이다.”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회계사)가 지난 8일 인터뷰에서 말했다. 2000년대 코스닥 시장에 벤처붐이 일 때부터 투기세력(작전세력)이 벌여온 각종 문제가 이번 사태에서도 나타났다는 말이다.

김 대표는 “무자본 인수·합병(M&A), 사모 전환사채(CB) 편법 거래, 주가조작 등 코스닥 시장을 문란케 하는 행위가 라임사태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며 “근본 처방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라임사태는 피해액 1조6000억원대의 대규모 민생경제 범죄사건이다. 그 배경에는 사모펀드 규제완화가 자리 잡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위원회가 2014년 금융규제를 완화하는 입법을 대책 없이 추진한 게 근본 배경”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당시 자산운용산업을 발전시키자며 사모펀드 규제 수준을 대폭 낮췄다. 이후 일반 투자자들까지 사모펀드 시장에 유입되면서 시장 규모는 크게 성장했다. 사모펀드의 불완전 판매, 유동성 관리 실패, 운용상 위법 행위 등 부작용도 속출했다. 라임 사태는 금융 규제완화 부작용의 ‘결정판’으로 여겨진다.

라임 펀드 피투자사 등기부등본을 100통 가까이 떼며 펀드 자금 흐름 등 사태를 분석 중인 김 대표와 전 교수를 만나 라임사태의 진단과 해법을 들었다. 아래는 일문일답.

- 라임사태의 특징은 무엇인가.

김 = CB가 투기 수단으로 악용됐다. CB 발행은 원래 회사가 별도 투자를 할 때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쓰는 기법이다. 라임 펀드 자금은 CB 매매를 통해 회사 재산 빼돌리기, 경영권 탈취, 무자본 인수·합병(M&A), 펀드 돌려막기, 문어발 기업구조 조성 등 엉뚱한 데 쓰였다. 피투자사가 설비 투자·고용 증대 등 실질적 투자를 하는 데 쓰이지 않았다.

전 = 총수익스와프(TRS)도 사태를 키운 매개체가 됐다. TRS는 회사가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제도다. 운 좋으면 ‘더블’로 이익을 갖고 나쁘면 손해 폭도 왕창 늘어나는 구조다. TRS는 차명거래도 가능케 한다. 회사가 TRS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면, 주식으로 얻는 수익은 해당 회사에 귀속되지만 주식 명의는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으로 돼 있다. 라임사태에서 투자 주도 세력이 펀드를 부적절하게 운용하고 자금을 빼돌리는 데 CB 매매와 TRS 계약을 이용했다는 특징이 발견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전문가들 거래 ‘사모펀드’에

일반 투자자들 유입 후 문제

차명거래 가능 ‘총수익스와프’

빚내서 투자 길 열어준 셈

금융실명 위배…투명해져야


- 금융 규제가 덜한 사모펀드라는 특성도 영향을 미쳤나.

전 = 사모펀드는 ‘선수’(전문가)들이 투자하는 곳이다. 선수들끼리 알아서 하도록 규제가 완화돼 있다. 사모펀드의 투자·운용 과정 대부분은 비공개다. 공모펀드와 달리 많은 규제에서 벗어난다. 라임사태가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라임 펀드가 사모펀드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 사모펀드 시장은 일반 투자자도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문턱이 낮다. 판매사는 라임 펀드를 소수가 아닌 4000여명이라는 일반 투자자에게 팔았다. 운용사가 다수에게 판매하는 공모펀드처럼 운용했다. 통상 사모펀드 시장에서 고려되지 않는 소비자 보호 문제까지 번진 이유다.

- 라임 펀드의 자금 흐름을 좀더 쉽게 설명해달라.

김 = 대표적인 한 부분을 설명해보겠다. 라임이 에스모에 약 225억원을 투자했다. 디에이테크놀로지가 CB를 발행해 이 자금을 받았다. 디에이테크놀로지는 이 자금으로 위즈돔의 구주를 인수했다. 전세버스 중개업체인 위즈돔은 계속 영업손실이 나고 순자산이 약 50억원에 불과한 회사다. 한 회계법인이 이 회사 가치를 1200억원으로 평가했다. 회계법인은 향후 몇년간 위즈돔이 수도권 출퇴근자들 모두가 위즈돔 버스를 타는 것처럼 매출 계획을 짰다. 위즈돔 대주주는 과대평가된 평가액 1200억원의 30%인 약 400억원에 구주를 팔고, 그 자금을 오아시스홀딩스에 넘겼다. 이런 과정을 거쳐 라임의 돈이 최종적으로 오아시스홀딩스로 간 셈이다. 하지만 오아시스홀딩스에 자금이 남아 있는지는 불명확하다. 오아시스홀딩스 감사보고서를 보면 ‘의견 거절’이라고 나온다. 회계법인이 이 회사의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없고 자금 흐름이 불명확해 감사조차 할 수 없다고 한 거다.

라임사태는 펀드 자금이 코스닥 상장사 여러 곳을 거쳐 흘러가는 흐름을 보인다. 이 과정에서 조금씩 돈이 어디론가 빠져나간다. 자금의 종착지 역시 명확히 알 수 없다. 주도 세력이 피투자사를 인수해서 경영권을 행사하고 주식시장에서 ‘작전’을 펼치면서 피투자사에 해를 끼치는 행태도 나타난다. 펀드 자금이 결국 어디로 흘러나갔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 애초부터 사적 이익을 노린 세력의 소행이었나.

전 = 라임 투자 주도 세력에 대한 조직적인 횡령·배임·주가 조작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이들은 펀드 자금으로 코스닥 상장사에 CB 형태로 돈을 넣은 후 다시 일정 금액을 빼돌렸다. 그 후 그 상장사가 ‘전기버스, 2차 산업 같은 신산업에 진출한다’라는 식으로 ‘재료’를 띄운 뒤 주가가 전환 가격 이상 올라가면 주식으로 전환해 팔고 빠질 생각이었던 것 같다. 성공하면 펀드 투자금을 회수하고 중간에 발생한 돈은 라임의 알토란 같은 추가 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이 애초에 그렸던 장밋빛 작전이 중간에 어긋나면서 원금 상환이 잘 안된 것 같다. 투자한 상장사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 주도 세력의 회삿돈 횡령 사실 등이 드러나니 원금 상환을 못하고 재산이 묶인 것이다. 그렇게 되니 노골적으로 돈을 먹고 튄 것으로 보인다.

|김경율 경제민주주주의21 대표

CB로 설비 등 실질 투자 않고

회사 재산 빼돌리기 등 투기

‘걸려도 집행유예’란 말처럼

코스닥 시장은 제재가 없어

투기행위 등 규제 강화 필요


- 청와대와 금융감독원 등 정·관계가 라임사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다.

김 = 장모 전 대신증권 센터장은 금융기관에서 오랫동안 중대한 역할을 해온 사람이다. 그의 말들을 사기꾼의 언설로만 보긴 힘들다. 심각하게 보고 수사할 필요가 있다. 녹취록을 보면 장 전 센터장이 ‘청와대 쓰레기처리반’을 언급하는 대목이 나온다. ‘쓰레기처리반’이라는 단어는 금융업계에서 많이 쓰는 말이다. ‘이게 거짓이 아니구나’ 하고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검찰이 엄정하게 수사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 라임에 대해 영업정지 등 빠른 조치를 왜 취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크다.

전 = 금융감독당국이 왜 빨리 라임 돈을 정리해 피해자들에게 나눠주지 않느냐, 왜 라임을 영업정지시키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건 운용사에 제재를 가하면 펀드를 관리할 주체가 사라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른 업체에 계약을 이전할 수 있는 방법도 마땅치 않다. 현행법의 구멍이다. 아무리 사모펀드라도 문제가 많다면 감독당국이 개입해 재산 보전·계약 이전 등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영업정지나 인가취소 등 금융기관 명함도 빼앗아야 한다. 감독당국이 법원에 요청해 직권으로 펀드를 청산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 라임사태 대책은 있을까.

전 = TRS 레버리지(TRS 계약으로 판매사로부터 빌린 자금) 비율이 너무 높다면 투자자들에게 공시하도록 해야 한다. TRS 레버리지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투자자가 부담하는 리스크를 알 수 있다. TRS를 활용한 차명거래도 규제할 필요가 있다. 차명거래는 금융실명거래라는 금융규제 기본원칙에 반한다. 둘째, 자산운용사의 설립 요건을 강화해 금융기관으로 인가·등록될 수 있는 문턱을 높여야 한다. 셋째, 상장사 이사회 기능이 활발히 작동해야 한다. 기업 사냥꾼들이 CB 인수로 상장사 경영권을 빼앗았다고 할지라도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는 금융시장에 규제완화 대신 투명한 햇빛을 비추는 게 필요하다. 시장이 썩지 않게 하려면 기업 행위를 전부 다 보여줘야 한다. 사모펀드도 마찬가지다. 어두운 데서 할 거라면 정말 전문 투자자들만 하라고 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정권 입맛에 맞는 식으로 무책임한 규제 완화 정책을 펼쳐선 안될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라임 펀드 실사보고서도 공개하도록 라임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실사보고서를 통해 라임 펀드가 유동성만 있으면 살 수 있는 건지, 근본 조치가 필요한 건지 피해자들과 정책당국이 알 필요가 있다.

김 =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작전세력들은 ‘절대 처벌은 안 받는다. 걸리면 집행유예로 나온다’고들 한다. 그 말이 맞다. 한국 코스닥 시장은 제재가 없다. 그렇다 보니 주식을 잘 모르는 이들도 뛰어들어 난장판을 만든다. 사채업자, 혹은 이들에 준하는 세력이 자본시장을 문란케 하는 투기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규제가 필요하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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