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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책과 삶]‘정치혐오’의 시대에 던진, 의미심장한 ‘정치적 소비자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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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 296쪽 | 1만5000원

경향신문

시민과 고객. 두 정체성의 차이를 숭고하게 여기는 이들에게는 투표보다 쇼핑에 방점을 찍은 제목부터 마땅치 않을지 모르겠다. 공익을 지향하며 평등한 가치를 가진 시민은 본인 자신과 사익만을 좇는 소비자와 다른 존재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소비 행위를 통해 시민으로서 자각성을 갖는 현상에 주목한다.

소셜미디어가 여론을 지배하는 시대, 유권자보다 소비자로서의 힘이 크다는 것을 절감한 이들이 사회 참여를 실천하는 방식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와 사립유치원 비리 사건처럼 정부와 정치권, 언론이 방관한 기업의 악행을 해결하는 데는 이 같은 ‘정치적 소비자운동’이 마지막 자구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념·윤리·정치적 소비를 통한 ‘참여’를 촛불집회나 정당 지지자들의 어용 저널리즘 요구와 같은 거시적 분석에도 적용했다. 여성 이용자가 절반에 가까운 게임 업계에서 벌어지는 페미니즘 사상 검증,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도 같은 시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정치적 소비자운동은 일상의 넓은 영역에 들어와 있지만 좌우 정치권에서 모두 비판받는다. 하지만 섬김을 받아보지도, 참여 기회를 제대로 보장받지도 못한 ‘유령의 개념’인 ‘시민’ 대신 ‘고객’으로서 대접받으려는 실천은 젊은층과 여성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패러다임은 격변하는데 정치는 정상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때,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는 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단, 넘어야 할 벽이 하나 있다. ‘그 메뉴는 안되세요’ ‘커피 나오셨습니다’ ‘이쪽에서 기다리실게요’. 왜곡된 높임말까지 양산하는 ‘소비자는 왕이다’라는 “근거 없는 미신”이다.

소비자에게는 권리만이 아니라 또한 의무도 있다. 저자는 “적어도 ‘갑질 소비자’에서 ‘세상을 바꾸는 소비자’로 거듭날 때까지는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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