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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신성통상에 드리운 2차 구조조정 공포…"인사권자는 회장 '둘째 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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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차입 상환압박···궁지에 몰린 신성통상 회사 기반 닦아온 해외수출부 우선순위 단칼 직원 해고했는데···아들, 둘째 사위는 최근 입사

패션브랜드 '탑텐', '지오지아' 등을 운영하는 신성통상의 직원들이 2차 구조조정 공포에 휩싸여 있다. 신성통상은 최근 코로나19 충격에 수출사업부 직원을 대량 권고사직했다. 그러나, 신성통상은 불과 몇 달 전 오너의 아들과 사위는 입사시켰으며, 특히 사위가 '해고 명단'을 작성한 주체로 알려지면서 직원들의 분노가 치솟는 모양새다.

1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신성통상은 의류 벤더사업을 전개하는 수출사업부 인원 감축을 추가로 진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일부 해외 공장 지사 팀장들에게 "곧 해고 통보가 갈 테니 직원들 마음의 준비를 시켜달라"는 식의 당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성통상 직원 A씨는 "현재 자가격리된 바이어가 복귀하면 주문 취소가 잇따를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면 수출사업부에서 추가 구조조정이 일어날까 팀원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면서 "특히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해라'는 연락을 받은 일부 해외 지사 수출영업팀은 몹시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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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기차입 상환압박···궁지에 몰린 신성통상

신성통상은 앞서 수출사업부 직원 55명을 일시에 내보냈다. 신성통상 수출사업부는 약 220명 가운데 25%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신성통상 측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유럽 바이어들이 대규모 주문을 취소했고,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공장이 모두 가동 중단한 데 따른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밝혔다. 지난해 주문이 3억5000만 달러였는데 올해 들어서만 2억달러가 취소됐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원인은 회사의 자금 확보 문제에 있다. 신성통상은 지난해 모두 11차례에 걸쳐 860억원에 달하는 사모사채를 발행했다. 전년도 약 500억원 규모로 발행한 초단기 기업어음(CP) 비중을 축소하기 위한 선택으로, 만기는 모두 1년이다. 이번달을 시작으로 오는 11월까지 만기 물량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6월 4억원 △8월 60억원 △9월 54억원 △10월 100억원 △11월 200억원 등이다. 원금만 420억원 규모다.

그러나, 신성통상은 현재 현금성 자산이 2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코로나19로 경색된 시장으로 인해 퇴로도 모두 막혔다. 신성통상은 올해 초 두 차례 165억원 가량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당초 차환을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차환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재무전략을 상환으로 급선회할 수밖에 없게 됐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영업도 불가한 만큼 현금 유동성이 꽉 막힌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신성통상이 구조조정을 포함한 비용감축을 무리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이를 꼽고 있다.

◆ 회사 기반 닦아온 해외수출부 우선순위 단칼

수년간 이 회사를 책임져 이끌어 온 수출사업부 직원들은 일시 해고로 인한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신성통상은 1968년 니트 의류 전문 수출업체로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의 수출을 통해 성장해온 기업이다. 론칭 후 5년 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던 탑텐의 외형을 계속해서 키워갈 수 있던 기반도 수출사업부에 있다.

그러나, 신성통상은 최근 '애국마케팅'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 반사이익을 본 '탑텐'이 이익을 내자, 상대적으로 실적이 부진하고 업황이 어려워진 수출사업부의 직원들부터 손을 댔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신성통상은 매출 5722억원, 영업이익 39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각각 10.8%, 80.4% 증가한 수치다. 사업부 가운데서는 패션사업부의 매출이 27.1% 늘었고, 수출사업부는 35억원에 그쳤다.

직원 B씨는 "탑텐의 성공 핵심 요인인 가격 경쟁력은 수출사업부 신성통상의 수출 노하우를 접목해 가능했다"면서 "염태순 회장은 내수 브랜드와 같은 회사라고 말하며 '하나의 신성'을 강조해왔는데 이제 와서 수출사업부만 내치니 매정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직원 해고했는데···아들, 둘째 사위는 최근 입사

이번 대량 권고사직 사건 이후 임직원들은 신성통상이 '가족 회사'라는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위기 상황에 놓인 회사는 가족들을 입사시켜 돌파구를 마련했고, 비용 절감 우선순위는 직원들의 일자리였다.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의 둘째 사위는 지난해 11월 신성통상 수출사업부 구매본부이사로 입사했다. 지난 1월에는 염 회장의 외동아들 염상원씨(30)가 경영지원본부 과장으로 입사했다. 신성통상의 최대주주는 비상장사인 가나안(지분 28.26%)으로, 가나안의 최대주주(지분 82.43%)는 상원씨다. 상원씨는 2009년 가나안 주식을 양도받았고, 사실상 신성통상을 최상단에서 지배하는 위치에 있다.

직원 C씨는 "이번 해외사업부 권고 사직 당시 '누구를 제할 것이냐'에 대한 명단을 작성해 인사팀에 넘긴 장본인이 둘째 사위인 수출구매본부 이사"라면서 "몇십년 동안 항상 함께하던 팀원들을 하루 만에 자리 정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떠나보내 직원들은 휑한 빈자리들을 보면서 암울한데 (그분들은) 크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신성통상 곳곳에는 오너 가족들이 자리하고 있다. 창업주인 염태순 회장과 동생인 염권준 부회장은 신성통상 주요 계열사를 진두지휘 해왔다. 염 회장의 장녀 염혜영씨는 물류 관련 부서 이사부장, 차녀 염혜근씨는 탑텐 상품개발 차장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첫째 사위는 신성통상의 계열사이자 '폴햄'을 운영하는 에이션패션의 박희찬 대표다. 즉, 염 회장의 자녀와 사위 모두가 이 회사에 재직 중인 상태다.

이런 가운데 신성통상은 임원 급여 삭감보다는 직원 감축을 통해 비용 절감을 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를 맞은 의류 벤더업계는 급여 삭감, 단축 근무, 무급 휴직 등 비상경영에 돌입했지만 직원의 권고사직부터 실시한 곳은 아직까지 드물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신성통상이 지난해 반기(7월~12월) 등기임원 4명·미등기임원 14명 등 모두 18명에게 지급한 급여는 12억1500만원이다. 반면, 지난 반기 수출사업부 남직원 63명에게는 총 13억8200만원이, 여직원 86명에게는 20억3200만원이 지급됐다. 임원에게 지급된 급여가 수출사업부 남직원 63명 전체에게 준 급여와 맞먹는다.

직원 D씨는 "정리해고는 이제 시작인 만큼 숨막히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면서 "바이어들이 돌아오면 남은 직원들도 불려가 이유도 적혀 있지 않은 권고사직서에 서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지 기자 vitaminji@ajunews.com

서민지 vitami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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