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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잠재적 범죄자 취급" 반발 쏟아진 전자팔찌···이탈률 0.36%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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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코로나19 관리용 전자팔찌.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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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라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격리 지침을 어긴 사람에게 ‘전자팔찌’(일명 안심밴드)를 도입하기로 11일 결론 났다. 그동안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전자팔찌 도입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쏟아졌지만, 정부는 앞으로 2주가량의 준비 기간을 거쳐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의 반대이유는 이랬다.



①동의여부와 관계없는 강제적 수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자가격리 위반자의 ‘동의’를 구한 뒤 안심밴드를 채우겠다고 밝혔다. 강력범죄자를 대상으로 한 전자발찌와 달리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권단체는 전자팔찌를 동의여부와 관계없는 강제적 성격의 수단으로 비판한다.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는 8일 긴급 성명을 통해 “신체의 자유와 이동의 자유, 사생활의 권리의 중대한 제한을 동의가 가능한 대상으로 볼 수 없다”며 “부착에 대한 동의를 자발적 동의라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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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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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자가격리 이탈률 0.36%에 불과하다



중대본은 같은 날 안심밴드 도입취지를 놓고 “자가격리자 관리를 강화할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 왔다”고 밝혔다. 실제 자가격리자는 9일 기준 5만4583명에 이른다. 격리장소를 벗어나는 사례도 잇따른다.

그러나 이탈률은 극소수다.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10일 성명서에서 “자가격리 대상자 중 무단이탈로 적발된 사람은 0.36%(지난 4일 기준)에 불과하다”며 “대부분의 자가격리자가 지침을 지키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무단이탈이 발생하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만으로 전자팔찌를 도입해야 할 객관적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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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터 국내에 입국하는 내외국인은 2주간 자가격리가 의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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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국가인권위원장의 우려



앞서 9일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본인 명의의 성명을 냈다. 그는 “일부 자가격리자들이 공동체 의식 없이 자가격리를 회피하는 것은 우리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면서도 “손목밴드와 같이 신체에 직접 부착해 실시간 위치정보를 확인하는 수단은 엄격한 검토와 법률적 근거 아래 최소 범위에서 실시돼야 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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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전자팔찌.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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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법률 전문가 "잠재적 범죄자 간주"



대한변호사협회도 전자팔찌 도입에 따른 우려를 나타냈다. 변협은 9일 공식입장을 내고 “손목밴드 착용은 자가격리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 처분은 현행법상 명시적 근거가 부족하다. 나아가 자가격리를 잘 준수하는 대다수의 국민까지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불합리함이 있다”고 밝혔다.

민변도 “전자 팔찌의 도입은 자가격리 대상자를 감염병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시민이 아닌 통제돼야 할 잠재적 위험으로 취급하는 것을 전제한다”며“즉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자가격리된 사람들을 범죄를 저지를 사람으로 간주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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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현대건설을 비롯한 25개 한국 기업의 관계자 106명이 인천공항에서 쿠웨이트로 출발하고 있다. 외교부는 코로나19 관련 입국금지 조치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기업인에 대한 쿠웨이트의 예외적 입국 허가가 이뤄졌다고 지난 10일 전했다. 외교부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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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방역모범국 국제사회 신뢰 잃을 수도



강정숙 성균관대 교수 등 143명으로 구성된 ‘정부의 자가격리자 전자팔찌 부착 방안에 반대하는 연구자 및 시민’도 최근 공식입장을 통해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코로나19를 겪고 난 후의 사회체제가 어떻게 변화할지 우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전자팔찌 도입으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한꺼번에 잃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자팔찌가 감염병 확산의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해서 권위주의적 국가의 모델을 따를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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