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시찰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9일 박격포 훈련지도에 이어 항공군 추격 습격기 연대를 시찰하는 등 군사행보를 이어갔다. 포병훈련 참관에 집중하던 김 위원장이 이번에는 공군 시찰에 나선 것이다.
조선중앙TV은 12일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를 보도하면서 전투기 한 대를 화면에 비췄다. 김 위원장이 전투기 앞에서 수행 간부 및 조종사 등과 환담을 나누는 장면이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전투기 옆면에 붙여 있는 두 개의 문구이다.
먼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주체77(1988)년 8월 17일,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주체 77(1988)년 8월 17일 주체97(2008)년 12월 27일 보아주신 비행기'라는 문구가 쓰여있고, 그 옆에는 또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보아주신 비행기 주체97(2008)년 12월 27일 주체101(2012)년 1월 30일'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1988년 8월 17일 이 전투기 훈련을 시찰한 데 이어 2008년 12월 17일에는 김정일·김정은 부자가 여기를 시찰했음을 알 수 있다.
즉 1988년 김일성 주석이 아들이자 당시 후계자 신분이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이 전투기 훈련을 시찰했고, 20년 뒤인 2008년 말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들인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훈련을 시찰했다는 뜻이 된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은 2009년 1월초 후계자로 공식 내정됐는데, 그 직전인 2008년 12월 17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이 훈련장을 방문했음을 알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후 2011년 11월 17일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후 권력을 승계한 다음 해인 2012년 1월에 다시 훈련장을 찾았고 이번에 또 방문을 한 셈이다.
결국 해당 전투기는 최소 32년이 넘은 낡은 기종이지만 북한 최고지도부의 권력승계를 상징하는 전투기인 셈이다.
코로나19가 “투쟁과 전진에 일정한 장애를 조성하는 조건”으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북한 최고 지도부의 권력승계를 상징하는 군사현장을 방문해 체제 결속과 통치성 강화를 의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시찰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흰색 상의, 베이지색 바지, 헌팅캡 등 조부 김일성 주석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박격포 훈련을 지도했는데, 이날도 흰색 상의와 베이색 바지 차림에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전투 비행사들이 높은 비행전투임무수행능력을 시위하는 것으로써 영공수호의지를 뚜렷이 보여주었다”고 격려했고, 이에 “추격 습격기연대에는 원수님의 전투명령이라면 돌아올 연유 대신 폭탄을 만적재하고 그 어떤 공중비적과도 맞서 싸울 일당백 불사조들의 전투적 열의와 충천한 사기가 끓어 넘쳤다”고 한다.
기종은 낡았지만 “돌아올 연유 대신 폭탄을 만적재”해 전투에 나선다는 정신무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맥락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이 우리 측의 글로벌호크 도입과 미군 정찰기에 대응하여 필요한 훈련을 참관한 것으로 보이며 우리나 미군 정찰기가 눈에 띠면 격추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직접 현지지도를 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공군 전력이 다른 전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인 만큼 정신 무장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는 한편, 체제 결속을 위해 32년이 넘은 전투기를 호명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