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반발에 교착…미국, 멕시코 달래며 사우디 압박
러시아 합의 문서화 촉구…'3개월새 반토막' 기름값 자유낙하
코로나19에 따른 경제활동 마비로 국제유가 폭락[AP=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초저유가 추세 속에도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협상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 회원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다른 10개 주요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가 국제유가를 떠받치려고 하루 1천만 배럴씩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으나 멕시코의 반대로 시행이 멈췄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OPEC의 공급 결정을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멕시코를 상대로 양자 협상을 벌였으나 돌파구를 열어내지 못했다.
멕시코는 하루 감산량으로 40만 배럴을 요구받자 10만 배럴 이상은 힘들다며 합의 서명을 거부하고 있으나 사우디는 이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에너지 자급자족과 빚더미에 앉은 멕시코 국영석유회사 페멕스(PEMEX)의 회생을 주요 국정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현재 하루 170만 배럴인 산유량을 2024년까지 250만 배럴로 늘린다는 증산 계획을 세운 까닭에 OPEC+의 합의 수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교착상태를 풀거나 추가 감산안을 끌어낼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 주요 20개국(G20) 에너지 장관 회의에서도 타협점은 도출되지 않았다.
의장국 사우디의 주재로 10일(현지시간) 열린 회의에서 회원국 에너지 장관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에너지 시장 불안이 향후 글로벌 경기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이들은 필요한 조치를 모두 취하겠다고 선언하면서도 구체적 조치에서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공동성명에서 감산합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수준에 그쳤다.
산유국 감산합의에 동참하지 못하겠다고 밝힌 멕시코 대통령[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복병 멕시코의 등장으로 OPEC+의 합의에 제동이 걸리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또 다른 거대 산유국 미국이 감산을 촉진하겠다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멕시코가 10만 배럴을 감산하면 미국이 25만 배럴을 감산하겠다고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다른 산유국들의 감산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셰일가스 산업을 저유가로 인한 타격에서 보호하기 위해 유가 안정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석유 수요량 감소와 저유가에 부채가 많은 셰일오일 업체들이 도산할 것을 우려해 점진적으로 하루 200만 배럴씩을 줄이는 조절에 들어갔다.
댄 설리번(알래스카), 케빈 크레이머(노스다코타) 의원 등을 주축으로 한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 국방차관, 미국 주재 사우디 대사 등과 장시간 전화 통화로 감산합의의 신속한 시행을 촉구했다.
러시아는 OPEC에 속하지 않은 산유국들을 대변해 사우디와의 협상으로 OPEC+ 감산합의를 끌어낸 만큼 합의의 시행을 재차 촉구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원유 감산은 국제 원유시장에 꼭 필요하다"며 "우리는 감산 합의가 문서로 공식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제유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활동 마비, 그로 인한 석유 수요량 급감에다가 사우디와 러시아의 최근 감산합의 불발과 시장 점유율을 둘러싼 증산 경쟁 때문에 자유낙하를 거듭하고 있다.
OPEC+의 감산 합의안인 하루 1천만 1배럴은 전 세계의 하루 원유 공급량 1억 배럴의 10% 정도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대폭 줄어든 만큼 그대로 실행되더라도 유가를 떠받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5월물과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6월물은 각각 배럴당 22.76달러, 31.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최근 고점이자 불과 3개월 전인 올해 1월 6일에 기록된 당일 종가인 62.23달러, 66.61달러와 비교하면 절반이 넘게 깎인 거대한 낙폭이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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