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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코로나 덮친 도쿄...'넷카페 난민' 4000명 거리에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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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그동안 PC방에서 생활해온 '넷카페(인터넷 카페) 난민'들이 사실상 거리로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도쿄도에서 상가 영업 중지를 결정할 경우 PC방 역시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로 넷카페 영업 중단 위기, 4000명 거리로



지난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도쿄도에서 추진하는 '상가 폐쇄 캠페인'이 도쿄 시민들에게 불편을 안기겠지만, 특히나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는 집을 잃는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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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인터넷 카페 모습. 한국과 달리 공간이 분리돼 있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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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카페 난민'은 인터넷 카페를 거처 삼아 살아가는 이들을 뜻한다. 일본 인터넷 카페는 한국의 PC방과 달리 좌석별로 높은 칸막이가 있고, 세탁 서비스와 샤워시설 등 편의시설도 제공한다. 도쿄의 값비싼 주거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이 차선책으로 택하는 주거지로 떠오르면서 '넷카페 난민(네트 난민)'이 일본에서 사회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신문은 고이케 유리코 도쿄 도지사가 당분간 폐쇄해달라고 요청한 오락 시설에 인터넷 카페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2년 전 도쿄도 조사에 따르면 약 4000명에 달하는 저소득 거주민들이 도쿄 내 인터넷 카페에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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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 지사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오후 도쿄도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던 중 ‘감염폭발 중대국면’이라고 쓴 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월세 40만원도 겨우 내…갈 곳 없다"



도쿄도는 집을 잃을 위기에 처한 이들에겐 호텔이나 다른 숙박 시설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노숙인 지원 단체에서는 충분한 숙박시설이 공급되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10일 도쿄 오타구의 한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64세 경비원은 새로 머물 거처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고 있었다. 이 경비원은 낮에는 1.8㎥ 크기의 인터넷 카페에서 시간을 때우고 밤에는 파트타임으로 경비원 업무를 맡고 있다.

이 경비원은 "나는 인터넷 카페가 없으면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 경비원의 수입은 인터넷 카페 한 달 치 숙박료인 4만엔(약 44만 7000원)을 겨우 채우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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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일본 넷카페 모습. 좁은 공간에 컴퓨터가 놓여 있다. [위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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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가 마련한 방 500개, 현장서 "부족하다" 지적 나와



도쿄도는 노숙인들을 돕는 '도쿄 챌린지 넷'이란 단체를 통해서 주거지를 잃게 되는 이들을 도울 예정이다. 도쿄 챌린지 넷은 인터넷 카페 거주자들을 호텔 등 다른 숙박시설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11일까지 약 60명이 도쿄 챌린지 넷을 찾아 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고이케 도지사는 "시에서 약 500개의 방을 확보했지만, 인터넷 카페 난민들을 수용하기 위해 방을 더 알아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홈리스 지원단체의 가즈히로고칸 고문은 "도쿄도는 네트 난민들을 임시 거처로 보낼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이미 많은 네트 난민들이 숙박시설 배정을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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