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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남아도는 기름, 저장소도 없다···18년만에 결국 유가 10달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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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2002년 이후 처음 19달러 진입

IEA "4월 원유수요 2900만 배럴 감소"

OPEC+ 역사상 최대 감산 규모조차

코로나19발 원유소비 감소 30% 수준

결국 펜데믹 종식해야 유가 반등할 것

중앙일보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오른쪽)를 만난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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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역대급 감산 합의에도 국제유가가 배럴 당 20달러가 무너지면서 ‘10달러 시대’가 열렸다. 18년 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유가 하락의 근본 원인이라는 점에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종식되거나, 산유국이 추가 감산에 나서지 않는 이상 유가가 다시 오르긴 어려워 보인다.

1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1.2% 하락한 19.8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WTI가 장중 일시적으로 20달러 미만으로 떨어진 적은 있었지만, 종가 기준으로 10달러 선을 기록한 건 2002년 2월 이후 처음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도 6.45% 급락한 27.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부터 국제유가를 짓누르던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치킨 게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입으로 잘 마무리됐다. 문제는 실망스러운 감산 규모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10개 주요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플러스(+)는 오는 5월부터 6월까지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12일 합의하면서, 시장의 우려는 줄어드는 듯했는데 이번엔 ‘감산 규모’가 발목을 잡았다. 970만 배럴은 코로나19로 줄어드는 원유 수요의 절반도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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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서부텍사스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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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에너지기구(IEA)는 4월 하루 원유 수요가 290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OPEC+가 감산하는 규모의 3배에 달한다. IEA는 “세계 원유 수요는 25년 만에 최악으로 떨어졌다”며 “산유국의 원유 감산 합의가 이 같은 수요 감소를 상쇄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원유는 이미 남아도는 상황이다.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는 전문가 전망치(1202만 배럴 증가)를 훨씬 웃도는 1920만 배럴 증가를 기록했다. 영국 가디언은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각국의 이동 제한 조치 등으로 항공·자동차 연료 수요가 급감했다”며 “이에 따라 유전 지역의 저장 시설이 가득 찰 정도로 공급과잉 상태가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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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는 미국 셰일업계에 치명타다. 셰일오일 채굴 원가는 기술 발달로 현재 배럴 당 32~57달러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30달러 미만의 국제유가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올해 들어서만 유가가 50~70% 떨어지자, 미국 셰일오일 생산업체 화이팅 페트롤리엄(Whiting Petroleum)은 1일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배럴 당 유가가 33달러까지 떨어졌던 2016년 상반기에도 셰일 업체 수십 곳이 부도를 내고 문을 닫았다.

벼랑 끝에 몰린 셰일산업을 살리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의 원유를 매입해 전략 비축용으로 저장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그 비축량이 꽉 차 있으며, 유조선들은 더는 갈 곳 없는 석유를 저장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결국 팬데믹이 종식되고, 세계 경제가 다시 살아나기 전까지 유가가 상승 동력을 얻기는 힘들 전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산유국은 이미 역대 최대 감산 규모에 합의했기 때문에, 앞으로 공급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코로나19 치료제가 개발되거나 바이러스 확산이 줄어 경제가 재가동 되고, 기업·개인의 소비가 회복될 때까지 유가가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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