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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잠자리와 벼룩의 엄청난 신체 능력의 비밀[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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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는 1초에 40번 정도 날개 짓을 하고, 하루에 수 백만 번의 날개 짓을 하지만 날개는 망가지지 않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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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몇몇 곤충은 평소에 인간이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엄청난 움직임을 보여 줍니다. 대표적인 곤충이 잠자리와 벼룩입니다.


잠자리는 1초에 40번 정도 날개 짓을 합니다. 잠자리는 잠시 쉬는 틈을 제외하곤 하루 종일 날아다닌다고 합니다. 하루 24시간, 1440분, 8만 6400초 동안 날개 짓을 한다고 가정하면, 하루에 무려 345만 6000번이나 날개 짓을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하루 24시간 모두 비행하는 것은 아니라고 치더라도 최소 하루에 수 백만 번의 날개 짓을 하는 셈이지요. 그런데 잠자리를 잡아 날개를 만져보면 너무 얇고 힘이 없어 금방 부서질 듯 위태로워 보입니다.


이 가냘픈 날개로 하루에만 수 백만 번의 날개 짓을 하고도 망가지지 않는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사람이 팔을 아래위로 하루에 몇 번이나 흔들 수 있을까요? 고작 수백 번 정도 흔들면 지치거나 근육이 망가지지 않을까요?


벼룩은 몸 길이가 2~4㎜ 정도의 아주 작은 곤충입니다. 작은 것을 비유하는 속담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기도 합니다. 아주 뻔뻔한 사람에게는 '벼룩도 낯짝이 있다'고 꾸짖고, 욕심이 많은 사람이 가난한 사람의 것을 빼앗으려 할 때는 '벼룩의 간을 빼 먹는다'는 속담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 가운데 백미는 '뛰어봤자 벼룩'이라는 속담입니다. 이 말은 도망을 쳐봐야 별로 멀리 못 간다는 뜻으로 도망친 사람을 손쉽게 잡을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 속담은 벼룩을 얕본 것 같습니다. 벼룩이 한 번 뛰면 최대 높이 20㎝, 거리 35㎝까지 이동합니다, 이는 벼룩 몸 길이의 100배가 넘습니다.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주 짧은 거리일지 모르지만, 벼룩에게는 아주 먼 거리인 것이지요.


사람과 비유하면 자신의 키의 100배 길이를 뛴다는 것인데, 한 번에 200m 정도를 나아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수 십 층 짜리 빌딩 두세 채 정도는 그냥 뛰어넘어 다닐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말콤 버로우 교수와 그래고리 서튼 박사팀이 촬영한 벼룩이 점프하는 모습. [사진=영국 캠브리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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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의 경우 날개가 망가질 정도로 날개 짓을 한 것이고, 벼룩의 경우는 뒷 다리의 근육이 터져나갈 정도로 점프를 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곤충들이 이렇게 몸을 함부로 써도 생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학자들은 '레실린(resilin)'이라는 단백질에 그 비결이 있다고 합니다. 레실린은 일종의 고무 단백질로 지금까지 알려진 물질 중 가장 탄력이 좋은 물질이라고 합니다. 레실린은 탄력이 고무의 3~4배에 이르는데 3~4배로 늘어나도 그 구조가 변하지 않고, 늘어난 상태에서 원래대로 돌아올 때 97% 정도의 에너지를 되돌려 준다고 합니다.


잠자리가 날개 짓을 해도 고작 에너지의 3%만 소모하고, 벼룩이 점프를 한 번 할 때도 에너지의 3%만이 소모된다는 말입니다. 이런 레실린은 잠자리의 경우 몸통과 날개가 연결된 부분에, 벼룩은 다리 근육에 배치돼 평생 날개 짓을 하고, 높이 점프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레실린을 활용해 높은 중력에서도 버틸 수 있는 우주복을 개발하거나, 인체를 보조 할 수 있는 의료 기기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뛰어야 벼룩'이라는 말, 함부로 사용하면 안되겠지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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