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북 제재에도 각종 꼼수로 '외화벌이' 지속
IT 기술자 파견하며 새로운 벌이 수단도 개척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이 북한 주요 파트너로 재차 확인
북한 축구선수 한광성이 2017년 이탈리아 프로 축구팀에 입단했을 때의 모습.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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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근로자들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에 따라 북한으로 송환되지 않고 제3국으로 이동해 계속 ‘외화 벌이’를 하는 것으로 18일 파악됐다. 이들이 송금한 외화의 대부분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과 정권 유지비로 쓰였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소리(VOA), NK 뉴스 등 일부 외신이 입수한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최소 1000명 이상의 IT 인력을 해외에 파견했으며, 북한 당국이 이들로부터 벌어들인 외화만 한해 2040만달러(약 248억원)으로 추산됐다. 이탈리아 프로축구에서 활약하며 '북한의 호날두'로 불린 한광성 등 북한 축구 선수들도 불법 외화벌이 대상으로 지목됐다.
◇북, 베트남·네팔 등에 IT인력 최소 1000명 파견
대북제재위는 유엔의 한 회원국을 인용,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북한 군수공업부가 외화벌이를 위해 위장회사 등을 내세워 최소 1000명의 IT 인력을 해외에 파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 IT 인력들은 '프리랜서 개발자 플랫폼' 계정을 설정, 신분을 숨기고 '프리랜서 작업'을 수주하기 위한 여러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평가됐다.
해외에 파견된 북한 IT 근로자는 개인당 한 달에 평균 5000달러 정도를 벌고, 이 가운데 약 3분의 1은 북한 당국에 송금하고 나머지는 사업운영비나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제재위는 해외에 파견된 북한 IT 인력이 한 달에 1인당 1700달러를 북한 당국에 송금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를 통해 북한 당국이 1년에 거둬들이는 총수입이 204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베트남과 네팔, 중국 등에서 북한 IT 인력들이 활동한 흔적들이 포착됐다. 북한 군수공업부는 '소백수 무역회사'(Korea Sobaeksu Trading Corporation) 등을 통해 베트남에 IT 인력을 파견했고, 베트남 회사인 '알바트로스 컴퍼니'는 북한 IT 개발자들과 협업을 해왔으며 북한 IT 개발자들은 지난해 11월 현재 베트남에 체류 중이었다고 제재위는 설명했다.
유엔의 한 회원국은 북한이 2018년 말 네팔의 '용 봉 챤드'(Yong Bong Chand) IT 회사에 9명의 IT 인력을 파견했으며, 이 회사는 북한 인력들이 네팔에서 운영하는 9개 회사 가운데 하나라고 보고했다. 제재위는 중국에서 운영하는 북한 군수공업부 산하 2개 회사에 대해 조사를 했다면서 단둥에서는 '조선 컴퓨터 센터'(KCC)가 '단둥 하이퉁 상업무역'을 위장회사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리그 진출한 북 축구선수 연봉도 김정은 주머니로
대북제재위는 한광성(카타르 알두하일), 박광룡(오스트리아 장크트?텐), 최성혁(이탈리아 US아레초) 등 해외 프로축구 무대에 진출한 북한 선수들도 추적했다. 북한 국적으로 해외에서 소득 활동을 하면 제재 위반이라는 것이 대북제재위의 설명이다.
대북제재위는 이들 3명의 선수는 모두 북한 근로자의 송환 시한인 지난해 12월 22일을 초과하는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북한의 호날두'로 불리는 한광성은 이탈리아 프로축구 유벤투스를 떠나 올해 초 카타르 알두하일로 이적했다. 한광성은 2017년 세리에 A의 칼리아리를 시작으로 이탈리아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했다. 2부리그인 세리에 B 페루자로 임대돼 뛰던 그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속한 유벤투스에 지난해 9월 입단했다. 하지만 체력이 달려 경기 후반부에 집중력이 약해지는 등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고, 결국 올 초 카타르로 무대를 옮겼다. 한광성과 알두하일의 계약 기간은 2024년 6월 30일까지이다.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알두하일은 한광성의 전 소속팀 유벤투스에 이적료 500만 유로(약 64억원)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카타르 프로축구 알두하일 유니폼을 입은 한광성의 모습.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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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성혁 선수. /KBS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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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위는 한광성, 최성혁과 관련해 카타르와 이탈리아 당국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박광룡과 관련, 오스트리아는 관련 당국이 관련 법률에 기초해 거주 및 취업 허가 취소, 송환 결정 등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개시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대북제재위는 전했다.
◇"러 북한근로자 압하지야로…중·러, 북에 관광비자 발급"
유엔의 한 회원국은 북한 국적의 2천명이 최근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단순 방문 비자로 중국에 입국했다고 대북제재위에 보고했다.
대북제재위의 관련 질의에 중국 당국은 관련 의혹을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중국에서 관광비자로 소득 활동을 하는 것은 불법이며, 강력한 증거를 제시하면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유엔 회원국은 지난해 중국 산둥성의 한 식품업체(Shandong Guannuo Food)가 가공음식 생산을 위해 북한의 '조선 푸성 컴퍼니'와 3년간의 신규계약을 체결하고 북한 근로자들을 고용했으며, 같은 해 11월 이들 북한 근로자들을 감독·감시할 북한 요원들이 공장에 도착했다고 대북제재위에 보고했다. 이 계약에서 북한의 매니저급 인력에는 5000위안(약 86만원), 부(副) 매니저급에는 3500위안, 일반 근로자들에게는 2500위안의 월 보수가 각각 책정됐으며, 취업 비자가 없는 이들 근로자의 잦은 중국-북한 왕복을 위한 비자 발급 비용까지 부담하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대북제재위는 설명했다.
대북제재위는 러시아 당국의 통계를 토대로 지난해 러시아에서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관광 및 학생 비자 발급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안보리의 북한 해외 근로자들에 대한 제재 이전 기준으로 북한은 전 세계 40여 개국에 최소 5만 명 이상의 근로자들을 송출해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중국과 러시아가 주요 무대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8년 8월 10만 명이 넘는 북한 노동자들이 해외에서 외화벌이해온 것으로 미 국무부가 밝혔다면서 북한은 이들 노동자의 해외 송출을 통해 연 20억 달러 이상의 외화를 획득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대북제재위는 한 유엔 회원국이 제공한 정보 등을 토대로 2018년 이후 수백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러시아에서 흑해 연안의 압하지야(Abkhazia) 공화국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압하지야는 국제법상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영토의 일부인 자치공화국이지만, 2008년 러시아의 침공에 따라 조지아 중앙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자 일방적으로 분리·독립을 선포했다. 압하지야는 유엔의 정식 회원국이 아니며, 이에 따라 대북제재 결의를 준수할 의무가 없다. 북한과 러시아가 이런 점을 이용해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외화 벌이 커넥션’을 유지한 것이다.
또 북한은 핵 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며 군사 역량 개발을 지속했다고 유엔은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5월 4일과 11월 28일 사이에 13차례에 걸쳐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포함해 최소 25발의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지난해 5월은 북한 비핵화 협상을 위한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2월말 개최된지 불과 석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다.
이번에 발간된 유엔 보고서는 대북 제재와 관련해 국제사회에서 가장 객관성이 높고 권위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패널 중엔 한국뿐 아니라 러시아 국적 전문가도 포함돼 있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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