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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180석 거대 여당 탄생

의석수 믿고 ‘일방 독주’ 모두 실패… “野와 공생 나서야” [180석 巨與시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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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거여 시대' 정치의 과제와 책무 / 17대 국회 과반 차지했던 열린우리 / 국보법 폐지 무리하게 추진하다 역풍 / 2007년 대선 앞두고 공중분해 ‘오점’ / 한나라·새누리, 친이·친박 권력다툼 / 박근혜 탄핵 계기로 보수 사분오열 / “경제·일자리 문제 우선순위에 집중 / 야당과 협력 새 국회풍토 만들어야”

세계일보

서울 여의도 국회 가로등의 일방통행 표지판 뒤로 국회의사당이 보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21대 국회는 책임정치가 가능한 ‘여대야소’ 체제가 됐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집권당이 원내 과반 의석을 확보한 것은 17대(열린우리당), 18대(한나라당), 19대(새누리당)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가 네 번째다. 13, 14, 15, 16, 20대 국회는 여소야대였다. 민주화 이후 오랫동안 여소야대 국회가 탄생한 배경엔 강력한 야당이 대통령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 폐해가 심해지면서 강력한 여당을 만들어서 대통령의 국정 운용을 지원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한 야당 세력을 심판하자는 흐름이 형성돼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이 승리한 17대 총선과 이명박정부 출범 직후 여당인 한나라당이 승리한 18대 총선이 대표적이다.

2012년 19대 총선에선 집권당인 새누리당을 심판하자는 여론이 강했으나 그해 12월로 예정된 대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나설 미래 권력 박근혜 대망론이 생겨나면서 여당이 깜짝 승리를 일궈냈다. 하지만 17, 18, 19대 총선에서 승리한 집권당은 대승 이후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무소불위로 행사하다가 모두 자멸하는 운명을 맞았다.

세계일보

승리에 고무된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 폐지 등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안 된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기 시작했다. 야당이 반발하고 여론이 등을 돌린 데다 당내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은 공중분해됐다. 열린우리당은 2007년 정권을 내주고 2008년 총선에서 참패한 뒤로 오랫동안 야당 신세를 면치 못했다. 보수의 집권당은 친이명박, 친박근혜로 갈라져 권력다툼에 몰두하다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렸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보수가 사분오열됐다.

또 다시 여대야소의 집권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승리 직후부터 ‘열린우리당의 실패 전철’을 밟지 말자면서 겸손 행보를 하고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17일 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깊이 반성해서 우리에게 맡겨진 소임을 다하고 정당을 잘 운영해야 한다”면서 “국민이 주신 책임을 이행하려면 국민의 뜻을 모으고 야당의 협조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 정부는 과거 노무현정부 시절에도 여소야대 국면 속에서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연합정치’를 시도한 적이 있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의 반대로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편을 전제로 총선에서 1당이 된 정당에 총리 자리를 양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재인정부도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뒤 야당 전·현직 의원들에게 입각을 제안하며 협치에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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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사무처가 공개한 21대 국회의원 배지. 뉴시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개헌빼고는 모두 가능하다는 18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한 만큼 노무현정부 당시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하지만 여권이 ‘협치’ 차원에서 야권에도 국정 참여의 문호를 개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인천대 이준한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7대 국회 때 국보법 폐지 시도처럼 너무 밀어붙이면 국회 안에서도 합의가 안 되고 싸움밖에 일어나지 않는다”며 “이런 일은 최소한으로만 하고 오히려 당면한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경제 문제, 일자리 문제, 재정 문제 등이 제일 중요하고 여기서 실력을 보여줘야지 살아남는다”고 조언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정치를 밀어붙이면 쉽겠지만 2년 뒤(대선)를 장담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전의 ‘4+1’ 체제와 같은 밀어붙이기식 운영 대신 180석의 다수를 갖고 야당과 협력하는 새로운 국회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승자의 오만한 행태도 금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친노무현계 시인인 김정란 상지대 명예교수는 페이스북에 “대구는 독립해서 일본으로 가시는 게 어떨지”라고 글을 올렸다. 여권 내에서는 벌써부터 윤석열 검찰총장 퇴진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래통합당 등 야당 역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만들어내는 한 축이다. 전문가들은 생산적인 국회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야당도 대안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현준·이창훈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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