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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장님 압박이 심하지만 고객들이 움직이질 않아요”
강남소재 한 시중은행의 PB센터 직원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은행 본점에선 ‘위험한 것은 팔지마라’는 지침을 내려보냈지만 실적으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센터장과 지점장들은 실적이 곤두박질치니 ‘팔아오라’는 압박이 심하다”며 “원금보장 상품 아니면 직접투자하시겠다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의 고민의 핵심을 요약하면 ‘투자 고객의 양극화’ 경향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시 급변 상황이 닥치자 투자고객들이 매우 안정적인 수익을 바라는 비둘기파와, 매우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보이는 매파로 나뉘었다는 설명이었다. 비둘기파의 경우 정기예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은데 이는 굳이 PB센터를 거칠 필요가 없는 고객군이고, 매파의 경우 맡겨놨던 돈을 빼서 직접투자하겠다고 나선다는 설명인데 이 역시 PB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투자고객 군이란 얘기다.
실제로 ‘투자자예탁금’ 규모는 4월들어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1월 28조원대였던 예탁금 규모는 4월 중순 44조원대를 넘어섰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맡긴 일시 자금인데 직접투자자가 많은 한국에선 개인들의 증시 직접투자 대기자금으로 분류된다. 직접투자에 뛰어든 ‘동학 개미’들의 실탄 보관소가 바로 투자자 예탁금이다. 라임사태와 함께 DLF사태까지 겹치면서 소위 전문가 집단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이 주요 은행들의 PB센터가 어려움에 처안 원인 가운데 하나로 분석된다.
또다른 PB센터 직원은 “지난해 DLF사태와 라임사태 이후 ‘은행=원금보장’이라는 인식이 무너졌다. 중위험-중수익을 기조로 적지 않은 상품을 판매해왔는데 주된 상품들이 된서리를 맞자 사실 팔 수 있는 투자상품이 없어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PB직원들은 익명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상황이 더 나빠진 것은 지난 17일 종가 기준 코스피 지수가 1900선을 넘어서면서다. ‘더 떨어지면 투자하라’며 조언했었는데 설명과는 반대로 지수가 너무 올라 말의 신뢰도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PB관계자는 “1700선에서 등락을 반복할 때 ‘좀 더 떨어지면 투자하시라’고 설명했었는데 지수가 급등했다. 제안할 투자상품 리스트를 다시 뽑아야 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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