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2 (일)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거리로 쫓겨난 ‘넷난민’… 시설 못가면 노숙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일본 도쿄도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고자 지난 11일부터 ‘상가 폐쇄 캠페인(임시 휴업)’을 추진했다. NHK 캡처


살인적인 집값, 월세 탓에 방을 얻지 못하고 ‘인터넷 카페’(한국 PC방과 유사)를 전전하던 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 도쿄도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고자 지난 11일부터 ‘상가 폐쇄 캠페인(임시 휴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 카페도 영업을 중단하자 여기에 거주하던 이들이 갈 곳을 잃게 됐다.

최근 NHK 보도에 따르면 일정한 거주지 없이 인터넷 카페를 전전하는 이들을 일컫는 신조어인 ‘넷난민’은 도쿄에만 무려 4000명에 달한다.

◆PC방에서 살 수 있다고?

넷난민이 생겨난 배경은 실직이나 ‘프리타(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하는 이들을 말함)’ 생활 등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살인적인 집값이 더해지면서 갈 곳을 잃은 이들이 넷카페로 몰려들었다.

이들 넷난민이 인터넷 카페를 선택한 건 저렴한 비용으로 샤워룸, 세탁 등의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 PC방과 달리 좌석별 칸막이가 설치돼 프라이버시가 일부 보장되고 일본인 특유의 정숙함에 대부분 헤드셋을 이용하는 등 소음 문제에서도 일정 부분 편의가 뒤따른다. 다만 소음이 없는 건 아니다.

비싼 임대료에 비해 저렴한 요금에 사용한 시간만큼 돈을 내면서 다양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니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겐 인터넷 카페보다 좋은 곳이 없는 셈이다.

세계일보

도쿄도가 운영하는 상담창구는 이른 아침부터 갈 곳 잃은 넷난민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사진=NHK캡처


◆거리로 쫓겨난 넷난민… 시설 못가면 노숙하기도

비싼 주거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보금자리가 된 인터넷 카페가 코로나19 사태로 영업을 중단하자 도쿄도 신주쿠구 가부키쵸에 있는 도 상담창구는 이른 아침부터 갈 곳 잃은 넷난민로 북새통을 이뤘다.

도쿄도에 따르면 인터넷 카페 영업 중단이 시작된 지난 11일 하루 동안 평소 방문자의 10배가 넘는 96명이 상담창구를 찾아 임시 거주시설 입소를 문의했다.

이날 상담소를 찾은 40대 남성은 “설마 내가 머물던 인터넷 카페가 문을 닫을 줄은 몰랐다”며 “일시적으로 살 곳은 확보 할 수 있어 일단 안심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절망적”이라고 호소했다.

또 음식점에서 일하는 30대 남성은 “코로나19로 가게 문을 닫아 일자리가 사라졌다”며 “실업자가 돼 노숙했지만 (임시)숙소에서 머물 수 있게 돼 다행이다. 그러나 앞날을 생각하면 매우 불안하다”고 말했다.

도쿄도는 급증한 상담을 위해 주말에도 문을 열고 상담을 진행했지만 마련된 호텔 등의 임시 숙소는 500여곳에 불과하다. 임시 숙소를 얻지 못한 이들 중 일부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일자리 등의 사정상 이동이 어려운 경우 앞서 30대 남성처럼 노숙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은 사정 더 나빠

인터넷 카페 휴업으로 오갈 곳이 없어진 넷난민중에는 여성도 상당수 있다.

지난 20일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에 기사를 기고하는 이지마 유코 기자에 따르면 넷난민이 된 사연은 모두 다르지만 일부 여성들은 가정폭력을 이기지 못해 도망치듯 나온 경우도 있다.

이들은 단순 거주지 마련이 아닌 심리치료나 피해상담 등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임시거주지조차 배정받기 힘든 상황이다.

이들을 지원하는 단체 ‘꿈의 농장 JIIKA’ 대표는 “갈 곳을 잃은 여성 넷난민도 상당수”라며 “폭력피해를 당한 이들의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