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는 가격이 나타났다"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선물 만기가 도래한 원유를 팔려면 1배럴당 37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은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높은 현상이 나타난 이례적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유가가 바닥 근처에 왔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와 주목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일(현지 시간) 국제원유시장에서 WTI 5월물 가격은 전날 종가 18.27달러보다 55.90달러 폭락한 -37.63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은 5월물 선물 만기(21일)를 앞두고 재고 한계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월물 교체(5월물 → 6월물)에 따른 롤오버가 나타나면서 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으로 본다.
그러나 WTI 6월 인도분은 18% 떨어지는 데 그치며 20.43달러를 기록했다. 선물시장에서 근월물(5월물)보다 원월물(6월물) 가격이 더 높아지는 '콘탱고'가 발생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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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유가 바닥 신호일 수 있다고 주목한다.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금 상황과 비교할 수 있는 슈퍼 콘탱고는 2009년 처음 발생한 사례가 유일하다"며 "당시 근월물과 차근원물 간 가격차이는 8달러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는 유난히 이례적인 가격이기 때문에 2009년과도 다르게 봐야할 수 있겠지만, 2009년의 슈퍼 콘탱고는 유가의 바닥을 알려주는 시그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9년 가격 차이가 피크였던 시점이 WTI 가격의 바닥을 다지는 구간이었다"며 "다만 이후 가격 회복 속도는 하락기에 비해 훨씬 완만하고 회복 레벨도 낮았다"고 분석했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도 "역사적으로 슈퍼 콘탱고는 유가 바닥 시그널"이라고 밝혔다.
심 연구원은 "올해 2분기 내내 콘탱고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원유 선물 ETF/ETN 투자자에게는 그만큼의 롤오버 비용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유가가 상승하더라도 투자자는 그만큼의 이득을 향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으로 유가가 바닥을 찍고 상승할지 여부에 전문가들은 신중한 모습이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WTI 가격은 원유재고 소식에 약세를 지속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며 "6월물 만기가 도래하는 5월 19일에도 가격 급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백 연구원은 "하반기 본격적인 원유감산 효과가 실현되고 경제활동 재개로 인한 원유수요가 개선되면서 원유시장 수급 균형문제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동욱 기자 dw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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