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마이너스 유가, 입력 조차 안 됐다"…손절도 못한 투자자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황국상 기자, 김소연 기자, 김도윤 기자, 한정수 기자, 김사무엘 기자, 임동욱 기자, 김태현 기자] [(종합)]

머니투데이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상 최초로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5월물이 마이너스에 돌입했다. 그러나 국내 일부 증권사들의 HTS(홈트레이딩서비스)에서는 전산 오류가 나면서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강제 청산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 등의 HTS에서는 지난밤 -37.63달러까지 떨어진 WTI 5월물의 가격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다.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가격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은 강제청산을 당하기도 했다. 보통 선물시장의 예탁평가액이 유지증거금을 밑돌 경우 증권사는 투자자들에게 마진콜(증거금 추가 예치)을 알려야 한다. 증거금을 추가로 납부하지 못할 경우에는 강제청산(반대매매)이 된다.

그러나 지난밤에는 가격이 급격히 하락한데다 증권사의 HTS가 마이너스 가격을 인식하지 못해 원유 선물이 대거 강제로 반대매매(캐시콜)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간에 손절을 하려고 해도 매도 주문 자체가 불가능했다.

키움증권 고객센터에는 항의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투자자는 "마이너스로 떨어져서 -0.025원에 청산을 시도했지만 키움증권 영웅문 글로벌의 차트에 오류가 생기고 현재가 자동 청산 주문도 안되고, 바로 팔기 주문도 거부됐다"며 "주문창에 키보드의 마이너스 키는 아예 입력이 안돼 청산 주문 자체를 못했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은 결국 일반적인 청산시간인 이날 새벽 3시 반에 마이너스 가격 상태에서 투자자들의 선물을 청산했다. 게다가 이날(현지시간 20일)은 QM(미니 원유선물)의 만기일이다. 5월물은 만기일 이후 소멸되기 때문에 선물을 팔지 않고 만기시점까지 계속 보유하고 있으면 손실이 확정된다.

일반 원유선물인 CL은 다음날인 21일이 만기일이다. 그러나 CL선물은 만기일까지 보유하고 있으면 원유 실물을 인수해야 하기 때문에 정유사, 항공사와 같은 주체가 아니면 증권사가 만기일 전날 일괄 청산하게 돼 있다. 결국 QM과 CL모두 실질적인 거래 종료일을 맞은 것이다. 가격까지 마이너스로 들어서면서 투자자들은 손절 기회를 잃었다.

문제는 선물은 레버리지 효과가 있어 투자금보다 몇 배의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점이다. 선물 가격이 하락하면 이에 따라 유지증거금이 증가한다. 반대매매로 선물을 처분했더라도 투자자들은 계약체결에 따른 추가금을 결제해야 한다. 선물 가격에 따라 피해액은 다르지만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증권사를 대상으로 소송에 들어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와 교보증권, 대신증권 등은 HTS가 마이너스 가격을 인식하진 못했지만, 선물 가격이 마이너스 상태가 되기 전 청산을 완료해 HTS 오류로 인한 투자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투자증권도 새벽에 오류가 발생한 것을 인지, 즉각 마이너스 호가를 인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수정했다. 삼성선물,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NH선물에서는 밤새 투자자피해가 없었다고 밝혔다.

코스콤 단말기에는 원유 가격에 오류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코스콤 단말기에는 WTI 근월물 가격이 4000만달러가 넘는다고 게재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도 "오류난 가격을 보더라도 그 가격으로 호가를 낼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핵심은 증권사 거래 시스템에 마이너스 호가를 입력하는 시스템이 있느냐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ETF(상장지수펀드)·ETN(상장지수채권) 등 자산운용사와 증권사에서 발행하는 지수 추종 상품은 원유 선물 가격이 아닌 S&P(스탠다드앤푸어스) 등의 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원유 선물만큼 급락하지 않았다. 지수 발행사들이 미리 6월물로 롤오버(만기연장)했기 때문이다.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이 추종하는 S&P GSCI Crude Oil 2X Leveraged TR 지수는 지난밤 30.3% 하락하는 데 그쳤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김소연 기자 nicksy@, 김도윤 기자 justice@,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임동욱 기자 dwlim@mt.co.kr, 김태현 기자 thkim124@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