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폭로계정' 허위제보에 한순간 '가해자'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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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대학생 A씨는 얼마전 갑자기 걸려온 지인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지인은 다짜고짜 A씨에게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연루된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되묻자 그는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네가 n번방 가해자라는 내용의 메시지가 왔다"고 했다.
곧바로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확인한 A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A씨가 n번방 사건의 가해자라는 글과 그의 사진 등이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텔레그램을 사용해본 적도 없었지만, 그가 가해자라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 돼 있었다. 한동안 외출도 못할 정도로 정신적 충격이 컸던 A씨는 결국 경찰에 이 사실을 신고했다.
#B씨도 잘못된 신상 공개로 피해를 입었다. n번방 연루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폭로 계정에 누군가 악의적으로 허위 제보를 한 것이다. B씨는 지인을 통해 자신의 신상정보가 SNS에 떠돌아다닌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해명글까지 올려봤으나 누구도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B씨는 "이 일로 대부분의 인간관계가 끊어진 상태"라면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지만 아직도 내 신상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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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신상이 SNS와 각종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지는 가운데, 억울한 피해를 입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이 공개한 신상정보가 실제 n번방 관련자들의 것이 맞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행위 자체는 명예훼손 등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현행법상 특정인의 신상공개는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이 제도적 절차를 통해 결정했을 때만 가능하다. 사회적 징벌의 목적으로 개인이 타인의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적법 절차를 거쳐 신상이 공개된 피의자는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24ㆍ구속 기소)과 그의 공범 강훈(18ㆍ구속) 둘뿐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상공개 계정 등을 통한 2차 피해가 잇따르고 있어 관련 사안 전반을 수사하는 중"이라며 "수사기관이 아닌 일반인이 임의로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범법행위에 해당하므로, 범죄 혐의점을 발견한 경우 수사기관을 통해 조치해달라"고 당부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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