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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에 정유업계의 적자공포가 커진다. 석유제품 수요와 마진 추락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는 상황이 유가에 반영돼 나타난 셈이다. 정부 지원책 마련으로 당장 숨통은 트이겠지만, 근본적으로 수요·마진 반등이 나타나지 않는 한 답이 없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43.4% 하락한 11.57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도 속절없이 밀렸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17달러선까지 밀렸다. 18년만의 최저치다.
이틀 연속 믿기 힘든 폭락세가 나타난 셈이다. 특히 전날 만기일이 다가온 5월물 WTI는 '선물 만기 변수'로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유업계는 패닉에 빠졌다. 이미 코로나19(COVID-19)와 산유국들의 불협화음 탓에 1분기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빅4'의 합산 적자규모가 최대 3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상태다. 여기에 유가의 추가 급락세까지 연출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유가 추가 폭락이 근본적으로 코로나19(COVID-19)에 따른 기름 수요 감소 지속에 따른 결과로 보고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의 연합체인 OPEC+가 5~6월 하루 970만 배럴 감산에 합의했지만 수요 급감에 제동을 걸기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 탓에 유가가 지속적으로 폭락한다는 것이다.
A정유사 관계자는 "현재 유가 추가 폭락은 수요와 마진 감소세가 앞으로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선행 지표"라고 말했다. 원유를 정제해 남는 이익인 정제 마진은 이미 5주 연속 하락해 정유업체가 생산을 해 팔면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이 같은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업계 적자공포는 1분기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B정유사 관계자는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2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할 업체들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이 같은 상황이 상당 기간 장기화하면, 정부의 업계 지원책 '약발'도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수요와 마진이 되살아나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 시점이 언제일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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