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확대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일부 당원이 이해찬 대표 사퇴를 촉구했다. 소득하위 70%에 대해 지원하겠다는 정부안을 여당이 '전 국민 100%' 지급 공약으로 확대하면서 기획재정부와 청와대를 곤란하게 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당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담을 줬으니 당대표인 이 대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이들 논리다.
22일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전날부터 이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게시물이 100건 이상 지속적으로 올라왔다. 글을 올린 이들은 문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으로 추정된다.
게시물에는 "정부와 힘겨루기를 그만하고 이해찬 사퇴하라" "민주당이 미래통합당보다 못하다. 정부에 반기 들지 말고 일 똑바로 하라" 등 내용이 담겼다. 또 "재난지원금 100% 지급을 지지하는 의원들은 3년 연봉 반납하고 연금 포기 각서를 써라"거나 "민주당을 뽑은 이유는 문 대통령께 힘이 되어 드리라고 뽑은 것이지 이런 식으로 반대하라고 뽑은 적이 없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한 당원은 "정부와 잘 협력하라고 거대 여당을 만들어 줬더니 정부한테 일진 놀이를 한다"며 "야당질을 할 거면 당 지도부는 사퇴하라"고 적기도 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부터 26일까지 국내 모처에서 휴식을 취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휴가에 앞서 이번 총선 당선인 전원에게 "국민 앞에 항상 겸손해야 한다"는 친전을 보내 '자중'을 거듭 당부했다.
그는 "의석을 주신 국민의 뜻을 우선해야 한다. 자신의 생각보다 당과 정부, 국가와 국민의 뜻을 먼저 고려해 말과 행동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며 "그것이 국민의 뜻을 받드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는 승리에 취했고, 과반 의석을 과신해 겸손하지 못했다"며 17대 총선에서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얻었던 일을 재차 언급했다. 이 대표는 "일의 선후와 경중과 완급을 따지지 않았고 정부와 당보다는 나 자신을 내세웠다"면서 "그 결과 17대 대선에 패했고 뒤이은 18대 총선에서 겨우 81석을 얻어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17일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반성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대표는 "(180석 압승을 선사한) 국민의 뜻에 막중한 책임감과 동시에 서늘한 두려움도 느낀다"면서 "그 뜻을 잘 받들지 못하면 우리도 언제든지 심판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장 급한 책무는 코로나19와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코로나19 이후 경제·사회적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혁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소임이었던 21대 총선 성과를 뒤로하고, 28년간 봉직한 의원직을 내려놓고 야인으로 돌아간다"며 "'민주정부 4기'를 창출할 책임은 오롯이 여러분에게 있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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