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마크 랜돌프 지음·이선주 옮김
덴스토리 | 468쪽 | 1만8000원
마크 랜돌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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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보다 해보는 게 훨씬 배우는 게 많다…당장 시작해보라
1998년 여름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넷플릭스의 공동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 마크 랜돌프가 만났다. 지금의 모습은 아니지만 그때도 성장일로를 걷고 있던 아마존은 넷플릭스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전한다. 협상이 시작되고 아마존의 재무책임자가 인수가격을 제시한다. “여덟자리 중 낮은 금액.” 대략 1400만달러에서 1600만달러를 주겠다는 의미였다. 넷플릭스는 창업한 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스타트업이었다. 12개월간 온갖 고생을 하며 사업기반을 닦아놓은 것이 아까워도 헤이스팅스와 랜돌프 모두 수백만달러를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러나 둘은 고심 끝에 아마존의 제의를 거절한다.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That Will Never Work>)는 헤이스팅스와 함께 넷플릭스를 만든 랜돌프의 회고록이다. ‘온라인 비디오 대여업’이란 아이디어를 떠올린 1997년 1월부터 2003년 넷플릭스를 떠날 때까지의 이야기를 상세하게 담았다. 작은 발상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 어떤 과정을 거쳐 ‘공룡기업’에 이르렀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조리 기록했다.
아마존의 손길을 뿌리친 헤이스팅스와 랜돌프는 다시 고민에 빠진다. 아마존은 당시에도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었다. 넷플릭스가 간신히 만들어놓은 온라인 DVD 판매시장에 아마존이 뛰어든다면 그 결과는 뻔했다. 그렇다고 쉽사리 발을 뺄 수는 없었다. 넷플릭스 매출에서 DVD 판매가 차지하는 비율은 97%였다. DVD 대여로 발생하는 매출은 3%에 불과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97%를 포기하고 3%를 선택한다.
넷플릭스는 고전한다. DVD 플레이어 업체와 함께 마케팅에 나섰지만 좀처럼 성과가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회원이 DVD를 손에 넣는 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넷플릭스는 온라인으로 신청을 받아 결제가 확인되면 보유하고 있는 DVD를 찾아 우편으로 보냈다. 회원은 2~3일 뒤에나 DVD를 받을 수 있었다. 반면 블록버스터 같은 오프라인 비디오 대여업체를 방문하면 바로 보고 싶은 영화를 가져갈 수 있었다.
이즈음, 랜돌프가 넷플릭스의 운명을 바꿀 발상을 꺼낸다. “왜 DVD를 창고에 쌓아두고 있는가.” 그리고 이 생각은 헤이스팅스와의 논의를 거쳐 “고객들이 DVD를 보관하게 할 방법은 없는가”로 이어지고 “고객들이 원하는 만큼 DVD를 갖고 있을 수 있도록 연체료를 없애자”에 도달한다. 사실 넷플릭스 DVD 대여 체계의 가장 큰 문제는 ‘준비된 고객만 DVD를 빌린다’는 것이었다. 무엇을 보고 싶은지 며칠 전부터 고민하고 결정한 사람만 DVD 대여를 신청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블록버스터 앞에 주차를 하고 나서 어떤 영화를 볼지 생각했다. 비디오 대여점 안에 들어가서 신간 DVD를 살펴본 다음에 결정하는 사람도 많았다.
DVD를 원하는 만큼 오래 가지고 있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텔레비전 위에 DVD를 쌓아뒀다가 기분이 내킬 때 골라보면 된다. 비디오 대여점까지 차를 몰고 나갈 필요가 없다. 넷플릭스의 약점을 최대 강점으로 바꾼 ‘월간 이용료 제도’는 이렇게 탄생했다. 먼저 ‘무료쿠폰’을 뿌리고, 이를 통해 넷플릭스 홈페이지에 접속한 사람에게는 한 달 무료 회원 자격을 부여했다. 회원에게는 원하는 DVD 4장을 보내주고, 그들이 DVD를 반납하면 다시 다른 DVD를 보내줬다. 한 달이 지났을 때 그들이 따로 취소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월 이용료 15.99달러가 결제됐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한 달 뒤 회원가입을 취소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물어보지도 않고 비용을 청구하는 것’에 대한 저항도 거의 없었다.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이런 비용 청구 방식은 이제 많은 업체들이 이용한다. 2002년 2월 넷플릭스는 ‘따로따로 대여하던 서비스’를 중단하고 완전한 월간 이용료 서비스로 전환했다. 비용은 매달 19.99달러였다. 18년이 지난 2020년 4월 현재 넷플릭스에 월간 이용료를 납부하는 사람은 전 세계 190여개국에 1억8300만명이다.
랜돌프는 2003년 넷플릭스를 떠난다. 사업 초창기, 랜돌프는 최고경영자(CEO), 헤이스팅스는 투자자였다. 그러나 넷플릭스 출시 1년 반 뒤, 둘의 회사 내 위치는 바뀌었다. 헤이스팅스는 랜돌프의 CEO로서의 자질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경영에 참여한다. 랜돌프는 반발했지만 곧 ‘현실’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넷플릭스가 자리를 잡은 뒤 스스로 회사를 떠난다.
2003년 이후의 넷플릭스 성장기가 없는 점은 많이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아이디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됐는지 이처럼 상세하게 기록한 책은 드물다. 제2의 넷플릭스를 꿈꾸는 사업가라면 읽어봐야 할 책이다. 랜돌프는 “뭔가 평생 생각하고 있기보다 1시간이라도 해보는 게 훨씬 배우는 게 많다”며 “그러니 시작해보라”고 격려한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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