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9 (화)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속옷 빨래 숙제 낸 초등교사…'임용고시'는 왜 못 걸렀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성인지 감수성' 평가 못하는 임용고시 1·2차 시험 구멍…예비교사 성교육은 '형식적 특강'에 그쳐]

    머니투데이

    한 초등학교 교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사진=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숙제는 섹시팬티, 자기가 빨기.'

    울산 초등학교 교사 A씨가 내준 숙제 제목이다. 이에 학생들이 사진을 올리자, 그는 "울 공주님, 분홍색 속옷 이뻐요", "이쁜 속옷 부끄부끄" 등 댓글을 달았다. 교사 자격이 없다며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자 A씨는 "의견주시면 숙제를 수정하거나 변경할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소통 부족에서 비롯된 문제로 돌렸다.

    더 나아가 일각에선, 이 같은 이들이 어떻게 초등학교 교사가 될 수 있었냐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더 예민한 성인지 감수성이 필요해서다.

    A씨 뿐 아니라 일부 교사들의 성희롱·성추행 문제가 잊을만하면 터지고 있다. 예비 교사인 교대 학생들의 '단톡방 논란'도 마찬가지다. 교사가 된 뒤엔 파면이 사실상 어렵고, 재판까지 가더라도 기껏해야 벌금형 정도에 그치는 실정이다.



    임용고시 1·2차, '성인지 감수성' 측정 불가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애초에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이들이 교사가 되지 못하도록 까다롭게 걸러야한단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현재 초등교사 임용시험은 교사로서의 능력 평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임용 1차 시험은 필기다. 교직논술(20점, 1문항, 논술형)과 교육과정(80점, 22문항 내외, 기입형과 서술형), 한국사(검정시험 대체)로 이뤄져 있다.

    이어 2차 시험은 교직적성 심층면접, 교수·학습과정안 작성, 수업실연, 영어면접 및 영어수업 실연 등으로 평가한다. 그나마 교직적성 심층면접이 교사로서 인격 및 소양을 평가한다고 하나, 학교 현장 실례를 통한 대처 능력을 보는 정도다.

    2차 시험을 봤단 한 블로거는 "지도안을 토대로 수업 실연을 하는데, 학습 목표 등만 잘 제시하면 무난하게 합격할 수 있다"고 후기를 남겼다. 이어 "점수 합산이기 때문에, 1차 시험을 잘 보면 2차를 잘 못 봐도 최종 합격할 수 있다"고 했다.


    교직 인적성 면접 "바람직한 교사는?", "존경하는 선생님은?"



    머니투데이

    청주교육대학교 남학생들의 단톡방 성희롱을 고발하는 대자보./사진=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나마 평가한다고 하는 게, 교대 입학 단계의 '교직 인적성 면접'이다. 인성, 가치관, 기본소양을 평가하는 전형이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후기를 보면 '성인지 감수성'을 명확히 측정하기엔 한계가 있어 보였다. 교직 인적성 면접 후기를 살펴보면 "가장 바람직한 교사는 어떤 교사냐", "아름다운 교사의 길은 뭐냐", "학창시절 존경하는 선생님은" 등의 질문이 나왔다. 훈련을 통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부분이다.

    교대를 들어간 뒤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예방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교육부의 '최근 3년간 전국 교대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전국 10개 교대와 한국교원대 중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단독으로 개설한 곳은 춘천교대 뿐이었다. 일부 다루는 과목도 지난해 상반기 기준 평균 1.9과목에 그쳤다.



    암기 위주 임용고시, 인성 위주로 바꿔야

    머니투데이

    /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임용시험을 개편하고, 교사들에 대한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단 제언이 나오고 있다.

    임용시험에 대해선, 암기가 아닌 인성 평가에 초점을 맞춰야한단 주장이 나온다. 박새별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정책국장은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가 지난해 개최한 '청년세대와 함께하는 2030 교육포럼'에서 "임용시험에서도 교사의 성인지 감수성 관련 자질 평가를 못하는 건 문제"라고 했다.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예비 교사들 성교육도 강화해야 한단 지적이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은 지난 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교육은 여전히 형식적인 특강에 그치고 있다"며 "예비 교사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걸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현직 교사들의 성인지 감수성 교육 강화를 위해, 관리자들 역할이 중요하단 조언도 나왔다.

    전재학 인천제물포고등학교 교감은 28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과거 성인지감수성이 무뎠던 환경서 생활한 이들이, 자기도 모르게 관성처럼 체질화 된 것"이라며 "교사끼리 묵인하는 문화 속에 잠재되어선 큰일난다. 관리자들이 그런쪽에 상당히 관심을 갖고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



    ※ 기사 수정 이력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입니다.

    당초 4월28일 오전 11시4분에 표출된 기사 제목은

    <'팬티 세탁' 숙제 낸 초등교사…임용고시는 왜 못 걸렀나?>

    였습니다만, 5월1일 오전 11시32분에 제목을

    <속옷 빨래 숙제 낸 초등교사…'임용고시'는 왜 못 걸렀나?>

    로 수정했습니다.

    의미 전달이 되는 범위 내에서, 불필요한 자극적 제목은

    초등학생 아이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단 판단에서입니다.

    앞으로도 사건 관련 기사를 전달할 때,

    더 세심히 신경쓰겠습니다.

    남형도 올림.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