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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N번방의 시초' 손정우 사건

SNS로 "손정우 제보 부탁"···경찰보다 빠른 신상공개 문제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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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사진 왼쪽부터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과 조주빈이 검찰 조사에서 공범으로 지목한 '부따' 강훈, '이기야' 이원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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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대화방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구속기소)과 그가 공범으로 지목한 운영자 ‘부따’ ‘이기야’의 신상이 공개된 가운데 성범죄 관련 피의자의 신상이 올라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주목받고 있다.

5일 오후 해당 계정은 팔로어 5만2000여명에 이른다. 지난 3월 23일 조주빈의 신상이 공개된 후 “‘n번방’ 관련 제보를 부탁한다”며 조주빈의 사진과 함께 첫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후 ‘부따’ 강훈(19·구속)과 ‘이기야’ 이원호(19·구속기소)의 사진이 차례로 게시됐다. 경찰이 이들의 신상을 공개하기 전 일이다.



손정우 등 성범죄 피의자 신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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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정에는 이들뿐 아니라 성범죄 관련 피의자들의 신상이라고 주장하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24)씨의 초등학교 졸업사진이라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운영자는 이 글에서 “손정우는 중학교 때부터 비아그라 성인채팅 불법 사이트 총판 등을 하며 돈을 벌었다”며 “손정우를 잘 알면 비밀 지켜줄 테니 제보 부탁한다”고 했다.

이 계정은 계정이 공개하는 정보를 ‘사진’이 아닌 ‘그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미상의 한 작가가 그린 “사진 같은 초상화”라는 게 이 계정 주장이다. 계정 소개에는 “성범죄자라는 주제로 그린 그림 모음”이라며 “모든 작품은 마음대로 퍼가도 된다. 게시물로 인해 피소당한 사람은 국내 로펌에서 무료변호 서비스를 제공하니 연락 달라”는 안내가 있다.

운영자는 “그림 좀 퍼갔다고 처벌하면 김정은이 운영하는 북조선이랑 뭐가 다르냐. 겁먹지 말라”는 말도 했다. 계정에 올라온 게시물을 퍼가도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또 “성범죄자 고발을 좋게 봐 줄 경찰이나 검찰도 없다”고 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임을 고려한 말로 풀이된다.



“비방 목적 있다면 문제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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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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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정이 성범죄자의 신상을 무분별하게 공개하는 것은 관련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계정에 올라온 정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할 수도 없지만,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온라인에 개인 정보를 유포하면 명예훼손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 역시 “개인의 신상정보는 법률에 따라 엄격하게 공개돼야 한다”며 “해당 계정이 ‘그림’이라고 주장하나 사진인지 그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인터넷에 올라온 게시물이 누군가를 특정했다면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망법에서 명예훼손 혐의를 따질 때는 사실 여부를 떠나 비방의 목적이 있어야 구성요건을 충족한다는 게 법조계 해석이다. 지난 1월 ‘배드파더스(Bad Fathers)’ 사이트 관계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할 당시 법원은 “대상자를 비하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한 사정이 없다”고 판시했다. 배드파더스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를 압박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들의 신상을 공개해 온 인터넷 사이트다.

이학민 변호사(법무법인 선린)는 “해당 계정의 내용은 정보통신망법 위반의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며 “범죄에 해당하는지는 비방목적에 달려있는데, 배드파더스는 비방목적이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받았다. 그러나 이 계정은 부모의 개인정보나 약간의 욕설도 적혀 있는 등 전체적으로 비방목적이 없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벌칙)

①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제1항과 제2항의 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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