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 클럽과 관련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코앞으로 다가온 고3 등교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근 소강 상태를 보였던 코로나 확산세가 다시 거세지자, 등교 시기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는 주말 사이 "등교 연기를 거론하기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바꾸고 "위험도에 따라 등교 시기를 연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10일 교육부는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를 비롯한 감염병 관련 전문가들과 유치원·초·중·고교 등교 시점에 대한 재논의에 들어갔다. 이상수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상황과 관련해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협의를 하고 있는 만큼 등교 수업 개시 전에 최대한 빨리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교육부는 지난 4일 고3부터 시작하는 '단계적·순차적 등교수업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교육부는 13일 고3에 이어 20일에는 고2와 중3·초1~2학년·유치원이 등교하고, 27일에는 고1·중2와 초3~4학년이 대면 수업을 받는 안을 확정·발표했다. 이후 6월 1일에는 중1과 초5~6학년을 비롯한 모든 학년이 등교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5월 초 황금 연휴 이후 클럽 등 유흥업소에서 비롯된 코로나 신규 감염자가 끊이지 않으면서 교육부의 등교 수업 방안이 물거품될 여지가 있다. 교육부 안팎에서는 현재 고3 등교 시기를 비롯한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클럽처럼 학교도 여러 사람이 모이는 대표적인 장소인 데다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머무는 과정에서 집단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등교 연기와 관련해 신중한 모습이다. 박능후 중대본 1차장은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하고, 또 생활과 방역을 동시에 병행한다고 했을 때는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각오가 있다"며 "완전 무결한 상태에서 등교를 개시한다거나 일상적인 사회생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박 1차장은 그러나 "그 감수해야 할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고, 또 지금 이태원 클럽 사건과 관련해 진행하고 있는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교육계 일선 현장에서는 불안감을 드러내는 학부모와 학생, 교사 등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고3 학부모 A씨는 "올해 대입 때문에 빨리 등교하기를 희망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학교에 가는 게 망설여진다"고 걱정했다. 특히 등교를 일주일여 앞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 사이에서는 "등교가 예정대로 진행되더라도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초1과 초3 학부모 B씨(경기 거주)는 "최대한 교외체험학습으로 돌려 학교에 가급적 보내지 않는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제대로 방역을 지킬지가 제일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11일로 계획한 서울 학교 등교수업의 운영 방안 발표를 연기했다. 등교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슬기 기자 /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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