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니어 인터뷰
성영철 제넥신 회장
성영철 회장은 ’국산 유전자 백신 개발로 팬데믹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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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을 위한 최강의 무기는 백신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중국·영국 등은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안전성·유효성을 확인하는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서 개발한 제품을 국내에 도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도 자체적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이유다.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연구개발 속도가 앞선 곳은 인체 면역반응을 활용한 유전자(DNA) 백신 ‘GX-19’를 개발 중인 제넥신이다. 최근 영장류 동물실험에서 GX-19 접종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 능력을 갖춘 면역 물질인 항체를 100% 만들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 백신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4일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제넥신 본사에서 만난 성영철(56·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 회장은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이 높은 가을·겨울 전까지 구체적인 성과로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언제부터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진행했나.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빠르게 확산했던 3월 초다. 팬데믹 상황이 심각해 당장 백신 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제넥신에서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의 감염을 막는 유전자 치료 백신 플랫폼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플랫폼에 탑재하는 바이러스만 바꾸면 된다. 마침 미국에서 유전자 백신으로도 코로나19 백신 임상 1상 진행을 고려한다는 소식을 듣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관련 자료를 들고 가 검토를 요청했다.”
-미국·중국보다 개발이 늦어 보이는데.
“출발이 2개월 정도 늦었다. 빠른 곳은 3~4월 백신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 1상에 돌입했다. 우리는 이르면 6월 초쯤 GX-19로 임상 1상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 세계에서 9~10위 정도의 개발 속도다. 식약처에서 GX-19에 적용된 플랫폼 기술이 다른 유전자 백신에 적용됐다는 점을 인정해 독성 시험을 면제해 준 덕분에 백신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누가 먼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할지는 끝까지 가봐야 안다. 임상 2상, 3상 등을 어떻게 진행하는지에 따라 백신 개발 완료 시기가 달라진다. 한국도 첫 코로나19 백신 개발국이 될 수 있다.”
-상용화 예상 시점은.
“내년 1분기가 목표다. 8월에 임상 1상을 완료하고 9월부터 임상 2·3상을 이어서 진행할 예정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백신 임상시험에만 최소 2~5년이 걸린다. 도전적으로 임상을 수행해 기간을 최대한 줄이려고 한다. 이를 위해 국제백신연구소·포스텍·제넨바이오·생명공학연구원·바이넥스 등과 함께 코로나19 백신 연구개발부터 대규모 공급까지 산학연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략적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순조롭게 백신 개발이 완료되면 6개월 내 300만 도스(2회 접종·150만 명 접종분)가량 생산·공급이 가능하다.”
-백신 접종보다 집단 면역을 기다리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
“집단 면역은 필연적으로 많은 희생이 뒤따른다. 백신이 없을 때 시도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기술적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어렵지 않다. GX-19 같은 유전자 백신은 바이러스의 유전자에서 감염을 일으키는 DNA 일부를 떼어 내 인체에 넣어 항체 형성을 유도하는 차세대 백신이다. 이미 죽었거나 기능이 약해진 병균 혹은 가짜 병균 등 바이러스 전체를 몸속에 주입하는 기존 백신보다 더 안전하다. 참고로 GX-19에 적용된 플랫폼 기술은 13건의 임상으로 접종 안전성을 입증했다.”
-유전자 백신은 예방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인 오해다. 유전자 백신 개발 초기인 2000년대에는 임상에서 기대한 것보다 예방 효과가 미미했다는 보고는 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유전자 백신 전용 접종 도구를 개발하는 등 기술적 보완이 이뤄졌다. 유전자 백신은 주사침을 찌르지 않고 물이나 전기 자극으로 층층이 쌓인 피부 세포를 투과시켜 접종한다. 더 많은 세포에 백신을 노출해 전달 효율을 개선했다.”
-변종 코로나19도 예방이 가능한가.
“물론이다. 백신 설계 당시 알려진 45개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모두 분석했다. 여기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아미노산 서열을 GX-19에 적용했다. 변종 코로나19도 충분히 예방 가능할 것으로 본다. 유전자 백신은 인체 면역치료 기전을 활용한 백신이다. 항체·세포 면역반응을 동시에 유도해 바이러스 감염을 차단하면서 질병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면역 세포인 T세포 기능을 향상시킨다. 유전자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예방·치료가 모두 가능하다.”
성 회장은 “빠른 백신 상용화로 코로나19 재유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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