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등교를 불과 이틀 앞두고 교육부가 이처럼 개학을 연기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집단 감염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7일 확진자가 이태원 클럽 5곳을 방문한 것으로 밝혀진 이후 직접 방문자와 접촉자를 포함해서 관련 확진자가 나흘 만에 최소 94명에 이르렀다. 등교 수업을 강행한다면 학교뿐 아니라 지역사회까지 추가 감염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확진자 가족 중 학생이나 학부모, 교직원이 있을 수 있고, 이들을 통해 학교에서 2차, 3차 감염이 발생하면 이를 통한 지역사회 전파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등교를 둘러싸고 여론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등교를 연기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한 인원이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17만명을 돌파했다. 맘카페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등교를 우려하는 내용이 속속 등장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김병우 충북도 교육감은 고3의 등교를 일주일 미루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애초에 전문가들 사이에는 13일 고3 등교가 섣부른 결정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4월 말에서 5월 초로 이어졌던 황금연휴 이후 잠복기를 고려해서 2주 동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교육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생활 속 거리 두기'(생활 방역)로 전환하는 것을 계기로 지난 4일 등교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국내 신규 확진자 발생이 소강상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3의 경우는 13일 등교를 하더라도 대입 일정이 빠듯한 상태였다. 그러나 발표 사흘 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등교가 또다시 연기돼 많이 혼란스럽고 불편할 것이다. 특히 등교를 앞두고 전국연합 학력평가를 준비해온 고3 수험생들의 당혹감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학생부종합전형 등 학교생활 기록부가 중요한 수시모집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초조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14일로 예정된 학력평가는 20일 이후로 연기하고, 고3 학생들이 5월 말 전에만 등교하면 대입 일정은 추가변경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바뀐 등교일도 지켜질지 불투명하다는 사실이다. 취업을 목표로 하는 실업계 고교생, 돌봄이 필요한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비상한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등교가 늦어지는 것이 위험한 것보다는 낫다. 지금도 이태원 클럽 방문자들 가운데 3천명 이상에게 연락이 닿지 않는다. 클럽 발 집단감염의 연결고리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잠복 기간에는 모두가 조심하는 게 바람직하다. 조금만 더 불편한 것을 참고 차분히 등교 개학을 기다리며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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