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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돌봄 여력 더 없는데”…등교 재연기에 학부모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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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벌이 부모 더 충격 / “감염 우려되지만 더 미뤄지면 지쳐” / 이태원발 확진자 성토 이어지기도 / 일부 교사들도 학사 일정 차질 우려

    세계일보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의 확산으로 교육 당국의 등교 재연기 방침이 나오자 학부모들은 혼란에 빠졌다. 특히 지난 3월부터 돌봄 공백을 메우느라 온갖 방법을 다 쓴 맞벌이 부모는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어서 충격이 작지 않았다.

    삼남매를 둔 맞벌이 직장인 신모(47)씨는 11일 “죄송하지만 부모님 손에 일주일만 더 아이를 맡겨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연로한 부모님에게 무리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시간을 낼 수도 없는 상황이 답답하다고도 했다.

    이미 개학이 거듭 연기된 과정을 지켜본 학부모들로서는 앞으로의 계획이 서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클럽발 집단감염은 아직 감염 규모도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는데 일주일을 미룬다고 해서 정말 등교가 가능할 것인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역별 맘카페 등에서는 등교 연기 소식에 무분별하게 다중시설에 드나든 사람들을 성토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지난 10일 인천시 부평구 한 아파트 현관에는 ‘학부모 일동’이라는 명의로 이태원 클럽 방문 확진자를 맹비난하는 벽보가 붙기도 했다. 이 아파트는 이태원 클럽에 다녀왔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남성이 사는 곳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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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인천시 부평구 한 아파트에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주민을 비난하는 벽보가 붙어 있다. 경기일보 제공=연합뉴스


    주민들은 벽보에서 “어린아이, 중·고등학생들도 밖에 못 나가고 온라인으로 수업하고 있는데, 이태원 업소 가서 날라리처럼 춤추고 확진자 돼서 좋겠습니다”라며 확진자를 원망했다. 벽보를 쓴 주민은 이어 “초·중·고등학생에게 미안한 줄 아십쇼. 그게 부모 마음일 겁니다”라고 쏘아붙였다. 대전 유성구에서 고2 자녀를 기르는 학부모 B(50·여)씨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젊은이들에 대한 원망이 있다”고 언급했다.

    인천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이모(34)씨는 등교 연기가 발표되기 전 통화에서 “더 이상 집에서 아이를 돌보기 벅차 등교개학만을 기다려왔는데, 더 미뤄지면 너무 지칠 것 같다”며 “물론 아이의 코로나19 감염이 우려스럽긴 하지만, 아이 교육을 생각했을 때도 이제는 등교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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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서울 성동구 성수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 책상이 간격을 유지한 채 배치돼 있다. 연합뉴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직장인 박모(50)씨도 “솔직히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는 것을 보면서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 생기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이가 정말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 상황이고 당장 내년이면 고3인데 한 학기를 진도도 못 나가고 거의 버리다시피 하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장에 나가야 해 아이만 집에 두는 것도 기간이 길어지니 마음이 불편하다”고 밝혔다.

    일부 교사들도 학사일정 차질을 우려한다. 경기도 지역의 중학교 교사인 서모(52)씨는 “온라인 수업에는 한계가 있어 개학 후 수업내용 확인 복습, 수행평가, 시험 등을 치러야 하는데 지금도 이미 해야 할 일이 많이 밀린 상황”이라면서 “여기서 더 개학이 미뤄진다면 개학 후 일정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 교사 입장에서 개학 추가 연기는 꽤 큰 무리”라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강진·박지원 기자, 인천=강승훈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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