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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정치계 막말과 단식

[TF현장] "뇌가 없다"…'막말' 통합당 때린 진중권의 '독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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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미래통합당이 총선 참패 원인을 돌아보는 토론회를 연 가운데 진중권(가운데) 전 동양대 교수가 잇따라 날카로운 지적들을 해 눈길을 끌었다. /국회=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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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이 진보 지식인에게 '해법' 물은 이유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통합당은 그냥 뇌가 없다."

"한마디로 한국 보수가 주 전장 내주고 사양 시장(전통적 지지층)에 집착하다가 이런 모습이 된 거 아닌가 생각한다."

"반공이라고 하면 여러분들 북풍으로 아주 재미봤을 거다. 이젠 오히려 손해다."

"인물만 괜찮다면, 웬만하면 찍으려고 했는데 웬만하지 않았다."

"비판은 사실에 입각해야 하고, 원칙이 있어야 하는데 (통합당은) 둘 다 없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미래통합당의 총선 참패 이유를 날카롭게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미래통합당 젊은 후보자들이 '총선 참패 이유와 해법'을 모색하면서 진보 진영 대표 논객인 진 전 교수를 초청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진 전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 온 이유에 대해 "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디든지 가는 것"이라고 했다.

4·15 총선 후 한 달이 지난 15일 오전 오신환·유의동 미래통합당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한 진 전 교수는 "제가 여기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밖에서 본 보수정당에 대한 답답한 마음을 외부자의 시선으로 전달하겠다"며 진단에 나섰다.

이날 진 전 교수는 통합당의 패배 원인으로 '코로나19'와 보수 세력의 '시대 부적응'을 꼽았다. 그는 이날 황교안 전 대표와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향한 평가도 서슴없이 내놨다.

진 전 교수는 황 전 대표를 향해 "'탄핵 정권 총리'다. 패전투수다 하니 대안세력으로 인정을 못 받았다"고 혹평했다. 또 김 전 위원장에 대해서도 "(임명이) 이미 늦었다. 또 권력을 줘야 하는데, 선거운동을 하는 수준에서 멈췄다. 공천도 이랬다 저랬다 뒤엎었다"고 했다.

특히 최근 '부정 선거' 의혹을 주장하고 있는 민경욱 의원에 대해 "쳐냈어야 한다. 계속 사고친다"며 "결국 그 사람마저 살려내는 것을 보고 '저 당은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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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전 교수는 이날 통합당을 향해 "비판이 아니라 비난만 한다"고 지적했다. /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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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전 교수는 통합당의 코로나19 정국에 대한 대응 문제, 조국 사태 이후 '정의연' 사건에 대한 태도 등도 비판했다. 그는 "코로나19도 국가적 재난사태인데 이건 정쟁화하면 안 된다"며 "비판은 사실에 입각해야 하고 원칙이 있어야하는데 (통합당은) 둘 다 없다"고 꼬집었다.

약 한 시간 동안 이어진 진단에 토론회를 주최한 오 의원은 "웬만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 전 교수는 또한 최근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과 관련한 논란을 두고 "(민주당이) 조국 사태랑 똑같이 움직이는 게 굉장히 낡은 방식"이라며 "저들을 '나쁜 놈'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후진 놈'으로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했다.

통합당이 사실상 진보 진영 논객인 진 전 교수를 초빙해 스스로 실패 원인에 대한 의견을 들으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렸다. 진 전 교수는 국민의당이 창당대회를 했을 때도 연사로 나서며 보수 진영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진 전 교수는 토론회 중 자리를 뜨며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최고위원이 오라고 했다"며 "민주당에서 부르면 민주당에 갈 수 있는 거고, 저기서(통합당) 부르면 갈 수 있는 거다. 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디든지 간다. 이 당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고, 저는 진보 정당을 지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래통합이 스스로 참패 원인을 돌아보는 것에 대해 "옛날 같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라며 "진통을 겪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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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전 교수는 "'그들(민주당)이 새로운 보수다. 주 전장을 뺐겼다. 어떻게 할 것인가 질문을 던진 것 뿐"이라고 이날 발언 내용을 설명했다. /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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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제가 이 당을 썩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야당이지 않나. 야당은 야당으로서 견제에 대한 의무가 있는 거다. 다당제의 미덕 아니겠느냐"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 당이 거듭나서 제대로 된 야당 역할을 해주는 것 자체가 한국사회에 있어서도 좋지 않겠나. 이런 흐름들을 바람직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뇌가 없다'는 표현에 대해선 "(당의) 브레인 기능이 망가졌기 때문에 그부분을 이야기한 거다. 브레인이란 것은 한국의 현실을 바라보는 과학적 인식이 있어야 한다. 그게 없다"며 "뭐가 옳은지 그른지 어떤 말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윤리적 의식도 없고, 이 당이 유권자들에게 호응을 받으려면 어떻게 가야하는지 전략을 짜야 하는데 그 단위도 없는 것 같아서 강하게 표현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저는 크게 '한국 사회의 지평이 바뀌었다', '한국의 주류는 저들이다', '그들이 새로운 보수다', '주 전장을 뺐겼다. 어떻게 할 것인가' 질문을 던진 것 뿐"이라고 밝혔다.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진 전 교수의 발언에 보수 진영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영입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는 가운데 통합당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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