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특정 웹브라우저로만 접속이 가능해 불법거래의 온상이 되고 있는 다크웹에서 불법 아동 성착취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손정우씨를 미국으로 송환하려던 사법당국에 제동이 걸렸다. 손씨의 부친이 그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기 때문이다.
━
아들 검찰에 고소한 아빠...검찰은 수사 착수
━
법조계의 따르면 손씨의 친부는 지난 11일 서울중앙지검에 아들 손정우를 고소했다. 손씨의 친부는 고소장에 아들이 자신의 개인정보로 가상화폐 계좌를 개설하고 여기에 범죄수익을 은닉했다는 내용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할머니의 병원비를 성착취물 범죄수익으로 지급해 할머니의 명예를 훼손시켰다고도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은 형사4부(부장검사 신형식)에 사건을 배당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 기본적으로 국내인에 대한 사법처리 권한은 우선적으로 국내 사법기관에 있기 때문에 인도심사가 예정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사에 착수하지 않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 검사는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의 범죄 피의자는 국내 수사기관이 우선적으로 조사할 수 있고 사법처리 권한도 국내 법원이 우선한다"면서 "외국에서 보내달라고 하는 건 그 다음에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
검찰이 기소하면 범죄인 인도 불가...고발 각하 가능성도
━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수사 진행 상황이 인도심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경우 법원은 인도심사 대상자가 검찰의 수사를 받는 중이라면 재판을 검찰 수사가 끝난 뒤로 미룰 수도 있다. 검찰이 손씨의 자금세탁 혐의를 수사해 기소한다면 한국에서 재판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재판이 시작되면 범죄인인도법이 규정하는 절대적 인도거절 사유에 해당한다. 범죄인인도법 제7조 2호는 인도범죄에 관해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이 계속 중이거나 재판이 확정된 경우를 절대적 인도거절 사유로 들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재판이 시작되면 자금세탁 혐의로 손씨를 미국으로 송환하기는 어려워진다.
관건은 검찰이 손씨 부친의 고소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해당 고소를 각하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사건사무규칙은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관계 등에 비춰봤을 때 책임이 경미하고 수사와 기소할 공공의 이익이 없거나 극히 적어 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각하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고소권을 남용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항이다.
한 부장검사는 "손씨의 범죄인인도청구가 이미 1년 전에 이뤄져 논의가 이뤄져 왔고 마지막 인도심사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고소가 이뤄졌다면 누가봐도 인도를 막기 위한 고소인 게 분명해 보인다"면서 "통상 검찰에서 이렇게 특정 의도를 가지고 들어온 고소·고발에 대해선 검토 후 각하 처분을 내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손씨의 범죄인인도심사는 오는 19일 서울고등법원 형사20부(재판장 강영수·정문경·이재찬)의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법원이 인도심사에서 손씨를 미국으로 송환하는 게 맞다는 판단을 내리면 법무부장관이 최종적으로 인도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범죄인인도절차가 법무부장관의 인도심사청구명령에 따라 이뤄졌기 때문에 사실상 손씨에게는 법원의 인도심사가 미국으로 송환되지 않기 위한 마지막 기회다. 우리나라는 범죄인 인도에 대한 상고심 제도를 두고 있지 않다.
━
아동 성착취물 제공 혐의로 1년6개월 복역한 손정우...미국 가면 중형 예상
━
이번 송환은 미국측 요구에 따라 이뤄졌다. 미국 연방법무부는 지난해 4월경 손씨에 대한 범죄인인도를 대한민국 법무부에 요청했다.
이후 법무부는 관련 법률을 검토하는 한편 미국 연방법무부와 협의를 진행해 왔다. 약 1년간에 걸친 협의 끝에 법무부는 한미 범죄인인도조약 및 범죄인 인도법에 따라 손씨에 대한 범죄인인도절차를 진행하기로 하고 지난달 16일 서울고등검찰청에 인도심사청구명령을 내렸다.
이에 서울고검은 서울고법에 인도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은 뒤 집행했다. 그 결과 손씨는 만기 출소 예정일인 4월27일에 출소하지 못한 채 재구속됐다.
이 과정에서 손씨측의 반격이 있었다. 손씨가 서울고법에 구속적부심사를 신청한 것이다. 구속적부심이란 구속된 범죄인에 대해 구속의 위법성이나 구속 지속의 필요성을 법관이 판단하는 제도다.
하지만 법원은 손씨의 구속적부를 심사한 결과 "도망할 염려가 있고 계속 구금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에 손씨는 지금까지 구속돼 있다.
손씨는 미국으로 송환될 경우 '국제자금세탁' 부분에 대한 재판을 받게 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범죄인인도법에 따라 국제자금세탁 부분에 대한 범죄인인도절차를 진행했다. 범죄인인도법 제7조는 인도범죄에 관해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이 계속 중이거나 재판이 확정된 경우 절대적 인도 거절 사유로 보고 범죄인 인도를 금지하고 있다. 손씨는 성착취물 제공에 대해선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음란물제작·배포 등의 혐의로 이미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손씨가 미국에서 기소돼 사법처리될 경우 한국에서보다 높은 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다크웹에서 '실크로드'라는 암거래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불법적으로 마약을 거래해 온 로스 울브리히트가 2015년 5월 가석방 없는 종신형과 1억 8300만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정현 기자 goronie@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